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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비대면 구걸 시대, 세상에 자존심을 세운 구걸은 없다.

이제 구걸도 비대면 시대가 되었다. 빌어먹을지언정 자존심은 세우고 싶다는 것이다.

 

 

이제 구걸도 비대면, 온라인 시대가 됐다.

구걸이라 표현해서 불쾌하게 보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구걸을 구걸이라 표현하는 게 잘못은 아닐 것이다. 엄연히 사전에도 표기 된 단어이니 말이다. 과거에는 길가에서 흔히 구걸을 하는 분들을 마주할 수 있었지만 요즘 시대에서 구걸하는 분들을 보기는 어렵다. 그만큼 먹고 살만해져서가 아니라 각박해졌다는 뜻이며 이제 구걸의 문화도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최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커뮤니티 ' 아프니까 사장이다 '에는 종종 배달 외상에 대한 요청글들이 올라온다고 한다.

외상과 구걸. 물론 사전적 의미는 다르다. 외상은 얼마 뒤에 대금을 지불하겠다는 의미이고 구걸은 공짜로 달라는 의미이니 말이다. 뜻은 다르지만 사실상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받아들이는 체감적인 의미에서는 동일할 것이다.

 

 

 

외상해줄 수 있느냐, 며칠 굶었다 등등의 요청 문구, 업주들은 난감 난색

 

우리나라에는 '돈쭐'이라는 문화가 하나 있다. 대부분 돈쭐의 주인공들은 어린 청소년들이며 그들은 그나마 업주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그러한 사연이 공개되면 전국 각지에서 먹지도 않을 음식값을 결제하는 진풍경을 보게 된다. 하지만 이 돈쭐도 성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배달앱의 요청사항을 보면 "계좌번호 알려주시면 이틀 뒤에 이체해드리겠다. 안되면 취소해달라.", " OO까지 드릴테니 배달 해주시면 안될까요? "같은 문구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심지어 임신한 아내가 며칠을 굶었는데 좀 도와줄 수 있겠냐는 문구도 있다고 한다. 실제 업주들은 이런 글들을 볼 때면 마음은 무겁지만 외면한다고들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말이 좋아 외상이지, 사실상 구걸과 무엇이 다를까. 부끄러운 것은 구걸이 아니라 자신의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돈쭐의 경우에서 이런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청소년들은 경제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부모나 법적대리인에게 양육을 받아야 할 시기이기 때문에 그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기가 어른으로서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성인의 경우는 다르다. 경제활동이 가능하고 신용도나 가족, 친지, 지인들에게 얼마든지 돈을 빌릴 수도 있다.

물론 살다보면 월급날 바로 직전에 돈이 똑 떨어지는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 대부분 그럴 경우 버티거나 친구에게 10만원 정도 빌려 상황을 모면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면식도 없는 업주에게 도와달라는 요청...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유비무환이라고 했다. 저축을 해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 구걸이 창피한게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도 자존심을 세우는 게 더 부끄러운 일

 

어쩌면 1980년대, 90년대에 비해 세상이 각박해진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막연하게 세상 탓, 사회 탓을 하기에는 그 구성원들인 국민들의 인식이 달라진 것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요즘 시대에 친구, 지인에 대한 인식은 과거와 다르다.

 

친구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여력이 되면 발벗고 나서 도와주던 미덕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친구의 하소연은 듣기 싫은 투정이고 내가 겪지 않은 일이면 " 그래서 뭐? 그게 나랑 뭔 상관인데?? "라고 외면하는 시대에서 세상이 각박해졌다고만 하기에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평소 친구와 사이가 좋았다면 소액의 도움은 누구라도 받을 수 있을텐데 말이다.

소액조차 가족, 지인에게 못 빌리는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친구나 가족에게 손을 벌리는 것은 창피한데 일면식도 없는 남이니, 그것도 찾아가 부탁을 하는 것도 아니고 온라인상에서 " 해줄 수 있으면 해주시고 아니면 말고요. "식의 부탁하는 자세...그 자세부터가 잘못된 게 아닐까.

 

쪽팔리긴 싫고 도움은 받고 싶다는 자세로는 그 어떤 호의도 받을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부탁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사람들...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