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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무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그때 그 시절에 대한 이야기

 

 

영화가 개봉된 지 벌써 27년이 흘렀지만 나는 이 영화를 지금에서야 보게 되었다. 그 동안 영화를 볼 기회는 여러번 있었지만 이영화를 보지 않았던 이유는 딱 하나였다. 제목이 재미없을 것 같아서였다. 아마 나와 같은 생각에 보지 않은 분들이 더러 계실 듯 하다. ( 혹 그랬다면 지금에라도 보시길 권한다. 재밌다... )

 

 

 

 

 

영화의 배경은 자유당(이승만 집권) 정권의 막바지인 1959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병태는 공무원인 아버지의 좌천으로 서울에서 이 곳 시골로 전학을 오게 된다. 나름 서울에서는 급장(지금의 반장)도 하고 공부도 곧잘했던 모범생. 하지만 이 곳은 좀 특이하다 못해 이상한 일 투성이다.

 

급장 석대(홍경인)의 말에 절대 복종을 하는 아이들.

그를 맹신하는 교사들까지. 급장의 말은 곧 법이고 선생님의 말과도 같았다. 점심 시간에 먹을 것을 갖다 바치는 것은 물론 청소 검사까지 이 학교는 곧 석대의 왕국과도 같았다. 나름 아이들을 포섭하기도 하고 사사건건 석대와의 대립을 해보았지만 배짱도 좋고 체격 좋은 석대를 이기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돌아오는 건 따돌림과 교사들의 질책 뿐.

결국 병태는 석대에게 굴복하고 만다.

 

6학년이 되어서도 석대의 아성은 견고해지는 듯 했지만 서울에서 새로 부임해 온 김선생(최민식)때문에 석대의 만행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고, 석대는 학교를 떠난다. 그 후....

 

 

 

 

지금의 초등학교가 예전에 국민학교로 불리었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국민학교라는 명칭이 어색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태어나기도 훨씬 전의 배경인 1959~1960년대의 학교상을 엿볼 수 있는 것도 하나의 묘미이다. 인터넷은 커녕 아무 것도 없던 1960년대 초, 서울에서 왔다고 하면 신기하게 쳐다보는 아이들과 교사들의 행동에서 당시 순박하지만 그 이면에는 그런 면을 이용해 서로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의 관계를 영화는 잘 그려내고 있다.

 

때론 강하게, 때론 친절하게 아이들을 제압하는 급장 석대. 그의 카리스마와 리더쉽은 아이들에게 불평과 불만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편하기도 하다. 이미 복종과 굴복에 익숙한 아이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 철저하게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석대의 모습에서, 그리고 아들 병태의 호소에 "불만을 말하지 말고 너도 힘을 키워. 그러면 되잖아."라고 가르치는 아버지의 말에 당시 출세와 권력을 위해 물불을 안 가리던 시기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이 당연시되던...그런 시기. 이 영화는 바로 그것을 보여주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