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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부모님 부부싸움 지켜보다 아버지 때린 아들, 집행유예 2년

 

 

어떤 이유로든 폭력은 나쁜 것이다. 그렇게 배웠고 또 사람이 다른 사람을 때린다는 것은 정말 인격적으로 모욕을 하는 행위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물리적인 다툼을 벌이곤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잘못했으니까", "날 화나게 했으니까"라는 이유를 달면서 폭력의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러면서도 다른 이들의 폭력, 폭행에는 "폭행은 나빠!!"라고 성토한다.

 

 

| 딸 귀가 문제로 다툰 부모님 싸움을 보던 아들, "엄마가 무슨 잘못이야?" 아버지 폭행

 

1990년대 출생자까지만 하더라도 부모님의 훈육 방법 중 매를 맞는 것은 당연시(?)여겼다. 사랑의 매라고 해서 부모님이 자녀를 때리는 것이 용납되었다. 하지만 시대가 발전하면서, 그리고 외국 문화가 전파되면서 "아무리 부모라도 때려선 안된다."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요즘은 자녀를 때리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듯 말하지만 정작 자녀의 칭얼거림에,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녀를 때리기도 한다.

 

 

지난 해 9월. 자정쯤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일이다.

다 큰 딸이 자정이 되도록 귀가를 하지 않자 아버지 A씨는 걱정도 됐지만 화가 났다. 하긴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만연하니 아버지로써 걱정되는 마음이야 이해가 되는 사안이다.

화가 난 A씨는 현관문 잠금 장치를 걸었고 아내가 이를 풀자 말다툼이 벌어졌다.

 

이때 30대 초반의 아들 B씨가 "엄마가 무슨 죄야?"라며 아버지 A씨에게 대들자, A씨는 홧김에 아들의 뺨을 때렸다고 한다.

맞은 아들 B씨는 아버지 A씨의 목을 잡는 등 폭행을 해 치료일수 미정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 때린 아버지도 잘못이지만, 아버지를 때린 아들 역시 잘못. 왜 아버지가 화를 내는지 살펴봤어야...

 

다 큰 아들에게 손찌검을 한 건 아버지의 잘못이 맞다. 또한 아내 역시 잘못은 없다. 아무리 딸이 늦게 들어와 화가 나도 결국 딸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이 무슨 죄인가.

하지만 아들은 잘못이 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부모님을 폭행했다는 것만이 그것은 아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렸거나 집기를 부수는 등의 강도높은 폭력을 썼다면 우선은 말려야 하고 그 정도에 따라 맞설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냥 화만 냈을 뿐이다. 금이야 옥이야 키운 딸이 자점이 넘도록 오지 않는데 걱정이 안 될 부모는 없다. 또한 부부싸움은 부모님들의 문제이다. 어머니를 때리거나 심한 욕설 등을 하지 않는 한 개입해서는 안된다.

 

어머니를 걱정한 아들의 심정이야 100% 이해되지만 왜 아버지가 화가 났는지, 그리고 어머니와 싸우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잘 살폈어야 했지 않을까 싶다. 더군다나 아버지에게 한 대 맞았다고 해서 아버지를 폭행하는 것은 잘못이다.

 

어렸을 적에 내 아버지도 가부장적인 분이셨다. 종종 부부싸움 도중 어머니를 때리셨고 어느 정도 성장한 나는 그런 아버지에게 대들었다. 왜 어머니를 때리냐고 말이다. 물론 대든다고 맞았는데 순간 욱하는 마음에 아버지를 때릴 뻔 했다.

그때 어머니가 말리셨다. 아들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아버지도 순간 당황했는지 움찔하시더니 이내 죽도록 맞았는데...

 

그 후로 아버지는 화는 내셨지만 어머니를 더 이상 때리지 않으셨다.

본인도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음을 인지한 것이고 또 그것을 본 자식들이 자신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신 것이다.

나중에 어머니께 들은 이야기지만 아버지가 "싸운 것이야 부부간에 당연하지만 그 동안 때린 건 정말 미안했다. 앞으로는 안 그러겠다."고 사과를 하셨다고 했다.

 

부모와 자식은 천륜이라 하더라. 자식은 부모에게 배우지만 부모는 자식을 보고 지난 날을 되돌아 본다 한다.

아들이 조금 더 현명하게 행동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한다. 나도 현명했던 건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