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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무비

82년생 김지영 | 이 시대가 아닌 어머니를 그렸더라면 좋았을 영화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영화로 제작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 세계는 여성 인권에 대한 주장과 운동이 거세게 일어났다. 물론 한국도 예외는 아니였다. 하긴 과거 우리네 할머님들, 어머니들 세대가 겪은 차별과 상처는 심각할 정도였던 게 사실이었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멸시 받으며 온갖 궂은 일은 도맡아 해야 했던...

 

 

 

 

 

영화는 82년생으로 한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 김지영을 소재로 하고 있다.

대학을 나오고 자신의 꿈을 쫓으려 했지만 가정 형편상, 환경상, 취직을 해야 했고 그마저도 아이의 엄마라는 이유로 위태롭던 김지영이란 인물의 삶을 그리고 있다.

아마 대부분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여성들이 직면한 환경 역시 영화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종종 비춰지는 남편과 그 회사 동료들의 대화 내용 역시 현실적인 이야기이다.

 

 

 

 

 

| 오롯이 남자와 사회 탓으로만 보는 시선은 다소 불편, 남자들의 고통 역시 못지 않음을 반영해야

 

소설을 못 봤지만 영화에서는 모든 문제의 원인이 남자와 사회의 탓으로 부각되는 것 같아 솔직히 다소 불편했다.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마치 회사와 세상으로부터 죄인 취급 받는 모습은 사실적이면서도 한 쪽으로만 치우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여성이 여성의 적임은 분명함에도 그러한 시선이나 내용은 영화에서 없다.

 

남동생 지석이만 감싸는 고모의 모습 또한 사실상 "아버지의 핏줄 형제"임을 드러내는 대목일 뿐, 진정한 사회 문제에 대한 피해는 여성중점적으로만 보여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지영이 아내로써, 누군가의 딸로써 자신의 꿈과 정체성을 포기하고 희생당하며 살아간다면 남편 역시 남편으로, 누군가의 아들로써 자신보단 가족과 아이를 위해 희생하고 있음을 그려줬더라면 조금 더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았을 지도 모르겠다.

 

 

 

 

 

|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던 영화, 82년생 김지영

 

요즘 시대의 여성들이 겪은 문제라고는 하지만 실상 남여차별에 대해서는 그리 공감할 수 없다. 사회 문제로 여겨지는 유리천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여성 임원에 오른 대기업 임원이 말한 인터뷰를 보아도 작금의 여성들이 과연 진정 고통받고 차별을 받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

 

오히려 이 영화는 어머니를 많이 떠올리게 만들고 있다.

남편과 자식을 위해 본인의 이름,나이조차 잊고 오롯이 가족을 위해 평생 희생만 하는 우리네 어머니를 말이다. 진정 차별을 논할 것이라면 82년생이 아닌 52년생을 말했어야 하지 않을까?

또한 82년생 김지영이 이러하다면 82년생 김지석이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 영화는 분명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또한 나 역시도 조금 더 여성들의 삶과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여자만이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82년생 김지석이 또한 많은 사회 부조리와 차별,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말이다.

 

사회인으로든 가정 주부로든 각자의 삶은 모두 훌륭하다. 직장을 다녀야만, 자신의 꿈을 쫓아야만 진정 행복한 삶일까? 이미 그러한 시선 자체가 편협한 시선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