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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초등학생이 10일간 1억 넘게 결제, 청소년들의 모바일 정책 문제

최근 누적 다운로드 1,000만을 넘게 달성한 앱 "HAKUNA'

 

 

어렸을 때 집전화로 노래를 듣거나 신청하는 음성ARS가 있었다. 30초당인가 1분에 얼마씩 과금되는 방식으로 당시에 형과 장난 삼아 많이 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돈의 단위 정도는 알고 있어 자제한다고 했음에도 평소보다 전화 요금이 1~2만원 더 나오는 것을 의아하게 여긴 어머니에게 걸려 호되게 야단을 맞은 적이 있다.

 

최근 모바일의 기술 발달과 앱의 등장으로 스마트폰만 있으면 인터넷, 채팅, 방송, 영화 등 대부분의 즐길 거리를 즐길 수 있어 많은 회사들이 APP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도 사실이다. 일단 흥행에 성공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는만큼 개발사들의 무분별하고 이익 중점적인 정책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그것을 별 다른 생각없이 이용하고 즐기는 사용자들의 개념과 인식 개선도 시급해 보인다.

 

얼마 전까진 청소년들이 게임 결제를 과도하게 하다가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몇 천만원의 요금 폭탄을 맞았다는 기사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콘테츠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년간 미성년자의 요금 환불 신고 접수만 3,600건이며 코로나19 여파로 올 9월 말 기준 신고 건수만 1,587건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전년도 대비 2배에 달하는 신고로 코로나19로 인해 청소년들이 남는 시간대를 모바일을 통해 보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수치이다.

 

 

| 요금 과다, 무조건 회사의 잘못일까? 폰만 주고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않는 부모들도 문제

 

스마트폰은 이제 초등학생들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대중화됐다. 아이들도 이제 놀이터 벤치에 앉아 삼삼오오 스마트폰을 보거나 같이 게임을 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됐고 하루가 다르게 트랜드가 변화하는 현실에서 아이들의 스마트폰 이용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수 만은 없다. 어떤 시대이든 그 시대의 시대상이라는 게 존재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교육적으로 썩 좋지 않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행해야만 하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학부모들의 무지 역시 아이들의 무분별한 요금 결제에 한 몫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부모들은 말한다. "얘가 안 보이는 곳에서 한 걸 어떻게 알아요?"라고 말이다.

내 조카도 초등학생인데 아직 폰은 없지만 종종 형이나 형수의 폰으로 유튜브를 시청하곤 한다. 한번은 버튼을 잘못 눌러 요금이 청구 된 사례가 있지만 소액이라 별 문제없이 그냥 넘어간 적이 있다고 한다.

 

 

HAKUNA 라이브의 인기가 나날히 높아지고 있지만,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결제도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 HAKUNA 방송화면

 

 

최근 개인방송 앱으로 누적 다운로드 1,000만을 돌파한 인기앱 하쿠나도 그런 문제에 휘말렸다. 11세 K양은 이 앱을 통해 약 1억이 넘는 돈을 결제를 했다고 한다. 당시 폰은 부모님의 폰이었기에 통장에 연결된 계좌에서 요금이 빠져나갔다고 한다. 결제 금액은 전세 보증금으로 현재 K양의 부모는 BJ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환불을 요청, 회수하기도 했지만 약 4천여만원은 환불이 사실상 불가능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기사였다.

 

K양의 부모는 "미성년자인데 별 다른 제약없이 결제가 이루어졌다."라며 개발사의 돈욕심이라 주장했다고 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아직 스스로 경제력이나 사회성이 미약한 청소년들의 경우 자신들이 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에 결제에 있어 신중하거나 크게 생각하지 못할 수 있다. 그냥 "부모님이 충분히 낼 수 있는 정도겠지."라고만 생각하는 것이다.

 

가입 제한의 범주가 미성년자까지 되어 있다면 사측의 보다 철저한 이용제한 및 과금 유도의 제약을 두었어야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들은 수익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낮게 설정하거나 아예 제외시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반드시 회사의 문제로만 볼 수도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스마트폰 사용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지만 아무래도 사회 생활이나 직장 생활을 해야 하는 성인에 비해 접속 빈도가 높은 청소년들이 사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 또한 부분 유료 기능을 첨가하지 않는다면 개발사는 프로그램이나 회사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과금을 유도한다. 결제 과정을 간소화한 것도 문제겠지만 "생각없이 결제를 하는 청소년"들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어리고 사회성이 떨어진다 해도 고학년의 초등학생 이상이라면 최소한의 돈 단위와 개념 정도는 충분히 알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부모들이 폰만 주거나 사줄 줄 알지, 제대로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리고는 요금이 청구되면 "아이가 뭘 몰라서.."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요즘 초등학생들이 과거의 국민학생과 같을까?

과거 국민학생들은 100원, 500원도 큰 돈이었지만 요즘 초등학생도 1,000원 알기를 우습게 안다. 

 

 

HAKUNA 라이브의 인기가 나날히 높아지고 있지만,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결제도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 HAKUNA 광고화면

 

 

부모들이 가정에서 아이와 소통하고 올바른 폰 사용법, 그리고 결제에 있어서 무조건 "안돼"가 아닌 "정말 갖고 싶거나 해야 한다면 반드시 부모님께 먼저 허락을 받아라."라고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

아이들이 몰래 결제를 하는 건 부모들이 무조건 안돼라고 하기 때문이다. 때론 아이들의 요청에 결제를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아이들은 결제에 대한 개념을 배울 수 있다.

 

난 조카에게 "정말 하고 싶거나 필요하면 결제를 해달라고 말해. 단 한달에 2만원까지만이야. 그 이상은 안돼."라고 가르친다. 조카는 내 폰으로 게임이나 무언가를 보면서 종종 "이거 결제해줘."라고 말을 하고 난 그것을 보고 괜찮다고 생각이 되면 결제를 해주고, 무의미하고 불필요하다고 생각이 되면 해주지 않는다.

 

조카는 자신에게 허용 된 돈이 2만원이라는 걸 알고 스스로 판단해서 내게 결제를 요청할 지, 말지를 생각하게 되는 듯 하다. 어떻게든 허용되는 범위가 2만원이기에 지금 갖고 싶어도 나중에 또 무언가가 필요하게 될 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듯 해 참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이 교육 방식이 좋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적어도 조카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사고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말할 줄 아는 용기도 생겼으며 설령 허락하지 않더라도 크게 실망하거나 삐치지 않게 됐다.

 

 

| 아이라서 모르니까 봐줘야 하는 게 아닌 사용권을 줬다면 올바르게 사용하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필요

 

분명히 언급하지만 일부 개발사들이 수익에 눈이 멀어 결제나 가입에 있어 제한을 허술하게 하는 것은 분명 잘못됐다고 본다. 하지만 무조건 회사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폰을 사주었든 부모의 폰을 내주었든 폰을 사용하게 해줬다는 건 '사용권한을 준 것'이다. 그렇다는 의미는 설령 자녀가 과도한 결제를 했더라도 부모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올바르게 사용방법을 알려주지 않은 건 부모의 탓이지, 회사의 탓이 아니다.

 

아이들이 과도한 결제를 못하게 하려면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애초에 폰을 주지 않는 것이다.

폰을 줄 것이라면 폰만 줄 것이 아니라 사용방법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언제까지 아이의 안전과 올바른 사용 방법을 부모가 아닌 사회와 회사(타인)가 책임져야할까?

무조건 오냐 오냐, 밥 안 굶기고 먹이는 것만이 부모가 아니다. 요즘은 그것만 하면 다들 올바른 부모인 줄 아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