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더 무비

전쟁과 한 여자 | 비정상적인 남여가 전쟁통에 만나게 되다

2013년 일본 영화 <전쟁과 한 여자>

 

 

단순히 야한 영화라고만 할 수 없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그리 야한 수위를 자랑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전쟁 영화도 아니고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도 잘 모르겠다. 이 영화를 본 것은 정말 우연히도 포스터를 보면서였고 에로영화일까 하고 본 것도 아니다. 보기 전에 이미 네티즌 평점이나 감상평을 본 후에 시청했다.

순전히 궁금했다. 어떤 영화일지...

 

 

영화의 주인공은 부상당한 일본 상이군인과 술집작부이다. 작가는 아무 의미가 없다.

 

 

영화를 설명하는 내용에서는 3명의 주인공 시점을 이야기하지만 이해력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봐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본 주인공은 딱 2명이다. 

영화의 시작은 오른팔을 잃은 한 일본군 병사가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기차역에 마중 나온 아내와 아들을 만난 병사 ( 극중 이름이 있지만 편하게 부르겠다. )는 아무런 감정이 없다.

딱히 가족이 반갑지도 아내가 그립지도 않은 듯 하다. 

 

작은 술집을 운영하는 작부는 슬슬 술집 운영을 접으려고 한다.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자 술을 공급하기도 어려웠고 사실상 일본이 패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사회 곳곳에 만연하기 때문이다.

패망한 일본에 주둔하는 외국군에 의해 누구의 안전도 보장받기 어려운 현실. 작부는 술집에 있는 남성들 중 유일한 미혼인 작가에게 같이 살자고 제의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한 동거.

 

여기서 영화는 당시의 일본 사회를 고스란히 보여주려고 노력한 것 같다. 전쟁에 징집되어 전선에 참전했다가 부상당해 돌아 온 남자, 징집은 아니지만 공습으로 터전을 잃은 남자...그들은 전쟁의 패망이 곧 가져올 미래에 대해 상당히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전쟁에 지게 되면 어차피 남자의 8할은 죽고 여자의 2할도 죽을거야." , "남자는 죽을 것이고 여자들은 강간을 당하겠지."라는 대사는 일제가 자행한 만행을 그대로 읊조리는 듯 했다.

 

 

 

| 비정상에 직면한 그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남자와 벗어나려는 여자

 

 

 

병사는 아내와 섹스를 하려고 하지만 좀처럼 흥분이 되지 않고 아내는 그런 남편이 안쓰럽기만 하다.

그 모든 것이 전쟁이 가져 온 결과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작부는 성행위에 대한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목석같은 여자이다. 어려서부터 창녀로 살아온 그녀에게 성적 흥분을 느끼는 것은 사실상 사치에 불과했다.

그렇게 의미없는 성관계를 즐기면서도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현실을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한편 길을 가다 우연히 겁탈 당하는 부녀자를 본 병사.

사내들은 망해가는 일본의 치안이 불안정한 틈을 타 즐기려는 듯 부녀자를 겁탈하고 이를 제지하는 병사를 때려눕힌다.

결국 힘없이 부녀자의 겁탈 장면을 지켜보게 된 병사. 하지만 그는 그 장면을 보면서 강한 성욕을 느끼게 된다. 

 

병사는 아내와 아들을 공습을 이유로 친정집에 보낸다. 이 장면에서 나는 혹시 아내가 외간 남자들에게 겁탈을 당할까봐 우려해 그러는 줄 알았는데 나의 착각이었다. 솔직히 화면상으로는 병사의 아내가 제일 예뻤는데...

 

 

 

 

 

아내와 아들을 친정으로 보낸 병사는 본격적으로 사냥(?)에 나선다. 어려운 시대였기에 "쌀을 싸게 파는 곳을 안다."는 미끼는 여러 여성들을 유인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병사는 이런 방법으로 여성들을 한적한 산 속으로 유인한 다음 강간을 하려고 하지만 여자의 반항에 목을 조르고 순간 강한 성적 욕구를 느끼게 된다.

병사는 여성들을 강간하면서 목을 졸라 살해하는 방법으로 수 차례 범행을 이어간다. 그것은 병사가 참전한 중국의 어느 마을에서 늘 해오던 방식이었던 것. 결국 정상적인 사고보다는 "강간을 함으로써 살아있음을 느낀 것"이라 볼 수도 있다.

작부 역시 평범한 성행위보다 자극적인 성행위에 눈을 뜨게 된다.

 

병사는 여러 차례의 범행 중 두 번의 실패를 겪는다. 사실 한번은 그냥 범행 자체를 저지르지 않은 것이기에 실패는 한번이라 할 수 있었다. 여학생을 목졸라 강간하려던 병사는 여학생의 완강한 저항에 실패하고 여학생이 도망을 가버린다. 그리고 만난 여인은 어린 아기를 업은 여성이었다.

 

 

" 쌀을 조금만 주시면 안될까요? 대신 절 어떻게 하셔도 돼요. "

 

 

여성의 애원에 병사는 잠시 여성을 바라보다 쌀을 주고는 돌아선다. 어쩌면 어린 아기가 있어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 몸을 던졌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강간을 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병사가 스스로 몸을 던지는 여성에게는 그 어떤 성적 매력을 느낄 수 없었던 것 같다.

 

원자폭탄이 투하되고 일본은 결국 패망한다. 작부는 미군을 상대로 몸을 팔며 생계를 유지했고 병사는 여전히 사냥(?)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만나게 된  두 사람. 작부는 병사의 목 조르기에 강한 쾌락을 느꼈고 그를 못 잊게 된다.

마침 동거하던 작가가 죽자 본격적으로 병사를 찾아 나선 작부. 외팔이, 군복을 입은 남자를 찾던 작부는 우연히 식당에서 병사의 가족을 보게 되고 그들의 이야기를 엿듣다 그들이 병사의 가족임을 확신한다.

그리고 그들을 몰래 따라가는데 병사는 강간 살인으로 형사들에게 체포된다. 

 

 

 

 

 

| 솔직히 무슨 내용인지 굉장히 헷갈리는 영화 < 전쟁과 한 여자 >

 

영화는 사실 내용이 많이 헷갈린다. 대사를 제대로 듣지 않은 것도 이유겠지만 사실 듣고 싶지도 않았다.

일제에 대한 반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병사가 하는 이야기, 작부가 하는 이야기, 작가가 떠드는 이야기는 죄다 그들만의 핑계이고 사정이었다.

 

전쟁에 대한 반성, 그들이 참전지에서 벌인 만행에 대한 반성 같은 건 없었다. 오롯이 "신이었던 천황께서도 인간이 된 마당에 일개 시민인 우리가 인간이면 얼마나 송구한 일인가.."같은 개따뻑같은 소리를 지껄이니 말이다.

물론 실제 당시의 일본인들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그 중에서는 일제의 만행에 비난하는 자들도 있었고 조선인, 중국인들을 몰래 돕는 선한 일본인들도 있었다고 한다.

 

오히려 나는 병사가 일본 여성들을 유인해 겁탈을 하고 목을 졸라 죽이는 장면에서 일제강점기에 실제로 그런 일들을 수없이 당했을 조선 여인들의 표정이 연상되었다.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장난으로 죽임을 당하고 윤간을 당하며 죽임을 당하고 또 수치심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일제 군부와 천왕이 시작한 전쟁이고 일반 일본인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해도 그들이 일으킨 전쟁에 대한 피해나 정신적 피해가 과연 얼마나 관객들에게 전달이 되고 이해가 될까 싶다.

이 영화의 리뷰에 "전쟁이 이렇게나 무섭다."라는 댓글들이 있었는데...글쎄다. 이건 전쟁이 무섭다기 보다는 그들의 사상이 더 무서운 게 아닐까 한다.

 

전쟁 중에 벌어진 일이니 어쩔 수 없고 우리가 아닌 점령지의 국민들이니 어쩔 수 없다는 뭐 그런 사상 말이다.

만약 전쟁을 통해 점령했다고 하더라도 무고한 시민을 건드리지 않고 무자비한 약탈, 방화,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면 그래도 이런 참상이 벌어졌을까... 악행을 자행하면서 점점 악마로 변해가는 건 아닐런지. 

만약 주인공인 병사가 악행을 저지르지 않고 아내와 아들을 생각해 자비를 베풀었다면 그는 악마가 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볼만하다고 생각하지만...그래도 어려워. 

 

 

 

※ 영화는 실제 결제를 통해 시청하였으며 업로드 된 이미지는 영화의 캡쳐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