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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정인이 사건, 늘 감성에 젖어 순간적인 관심이 문제이다.

정인이가 잠든 묘소에는 많은 추모객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젠 또 정인이법이라는 게 생겼다. 참 더럽게 법명 만드는 것도 좋아하는 나라인 듯 하다.

매번 사건, 사고 전에는 방치하다가 꼭 여론이 들끓어야만 OOO법이라는 법규가 발의되고 그제야 각계 각층의 자정어린 목소리와 반성이 시작된다. 정치권은 매번 재발방지를 하겠다고 약속하고 경찰은 수사상 과실이 없다며 오리발을 내밀거나 반성하겠다고 고개를 숙인다.

 

어디 그뿐일까. 

국민들은 또 너도 나도 선량한 시민으로 빙의해 "못 지켜줘서 미안해.", "어른들이 미안해"라며 미안해 드립을 치기 바쁘다. 절대로 그들을 비꼬거나 조롱하는 의도는 없다.

다만 매번 무슨 일만 터지면 그제야 관심을 나타내고 또 머지않아 잊어버리는 대한민국의 인식 문화가 마음에 안 들 뿐이다. 그래서 나는 절대로 "정인아 미안해"라고 말하지 않는다. 솔직히 난 그 아이에게 미안한 일을 한 게 없기 때문이다.

다만 말도 못하는 어린 아이를 꼭 그렇게 사지로 몰아야 했는지에 대해 화가 날 뿐이다.

 

 

정인이의 묘, 그리고 입양 직전의 정인이. 정말 천사의 미소가 따로 없다.

 

 

| 국내 입양 절차 시스템의 문제, 절차가 까다롭기 보다는 사후 관리가 까다로워야

 

개인적으로 나도 입양을 알아보던 사람 중 한 명이다. 물론 나는 미혼이고 남성이다.

결혼은 자신없고 그렇다고 태어나 내 아이도 없이 살다 가자니 인생이 허무해서 고민 고민 끝에 동물보다는 입양이 더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섰고 단 조카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입양하고 싶어 알아보기도 했었다.

입양 부모 카페에 가입도 해서 정보를 공유했고 여러 기관이나 관련 기사를 찾아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아직도 입양을 하진 못했지만 그건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혼 가정에는 입양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혼 가정에는 입양이 쉬울까.

입양을 경험한 가정의 말에 의하면 그것 역시 상당히 까다롭고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물론 이 과정은 오롯이 입양 대상 아동에게만 맞춰져있다는 것도 문제이다.

입양을 할 생각으로 신청한 것이니 모든 희생과 감내는 입양 가정이 감당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상당히 위험하다.

그런 바보같은 발상과 인식이 '정인이 사건'을 만들었다고 본다.

 

과연 입양 기관에서 서류 검토와 심사가 부족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정말 바보 인증을 제대로 하는 셈이다. 아주 작은 요소로 그런 요인도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입양 가정, 입양 부모들에 대한 교육과 힘든 육아를 치료해 줄 기관의 부재"에 있다. 입양은 자녀가 없어 아이를 입양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아이가 너무 좋아, 또는 사회의 이바지성으로 입양을 결심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학대 정황이 역력한 정인이의 생전 모습, 정인이를 입양한 양부모 가족 사진 / SBS

 

 

어떤 이유로든 입양을 결심하게 되고 서류 심사를 받게 되면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설레임과 행복도 있지만 "핏줄이 아닌 타인의 아이"라는 점에서 오는 불안감도 있다. 또한 내가 입양을 원했으니 혹 결과가 안 좋을 경우 듣게 될 비난이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 그것이 국내 입양 시스템의 현실이고 입양에 대한 인식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임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절차와 심사의 강화가 정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과는 서류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차피 본다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문제는 절차보다는 사후 관리에 있다. 아이가 스스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거나 외부 활동을 할 수 있는 연령대가 되기 직전까지는 입양기관에서 정기적인 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보인다.

 

 

왜 꼭 사전에 예방하지 못하고 일이 생겨야만 대책을 마련할까. 그리고도 월급은 받고 싶나...

 

 

| 문제 터지면 생각하지 말고,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는 사회 시스템도 중요

 

우리나라는 재난, 위기 상황도 그렇지만 미래에 대한 대비 수준도 상당히 낮다. 항상 문제 제기가 나오면 "아직 닥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지나치게 고민한다."는 인식도 사회 전반적으로 심각하게 만연하다.

긍정적으로 살고 싶어하고 그렇게 생각하는 척들 하지만 정작 긍정적인 면은 거의 없고 매번 반복적인 삶을 산다.

사실 이번 사건도 보면 미리 제도적인 준비, 정책이 마련됐었어야 할 일이었지만 정치권도, 관련 기관도 이를 준비하지 않았다. 

 

아직 발생한 일도 아니고 또 입양 아동이나 입양 가정에서 싫어할 수 있다는 지나친 걱정 때문이다.

하지만 늘 일이 발생되면 감당해야 할 것은 사람의 목숨이다. 누군가는 목숨을 잃어야만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 마련에 돌입한다. 그러나 그 대책 역시 미봉책에 불과하고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조차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그 원인을 전문가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 역시 경험이나 연구, 조사 등을 통해 알게 된 정보가 아닌 심리학, 의학적 지식에 국한 된 전문 지식만 보유하고 있고 실질적인 현실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미리 예측은 못한다고 보는 것이다. 

 

자원봉사도 형식적으로만 활동하면 10년을 활동해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말 그대로 형식적이기 때문에 현실도, 실상도 모르는 것이다.

 

 

정인이 상품을 판매하려던 O작가는 비난 끝에 사과를 했다. 알릴 목적이라 보기엔 제품이 너무 다양하지 않나 싶다.

 

 

연예계나 정치권, 사회 전 분야에서 "정인아 미안해"챌린지 열풍이 불고 묘소에 찾아가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물론 한 많은 짧은 삶을 살다간 정인이의 영혼을 달래고자 하는 마음은 잘 알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럴 시간에 차라리 보육원, 입양 기관에 찾아가 진심어린 관심과 활동을 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SNS에 사진 한 장, 해시태그만 달면 나도 착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니다. 그런 인식이 있다 보니 아이의 죽음을 빌미로 한 상품 판매 행위도 성행하는 게 아닐까 싶다. 조두순 출소 때도 정작 나영이의 걱정보단 관심 끌기에만 혈안이 된 유튜버들의 무분별한 행동이 문제가 되지 않았던가.

 

정인이를 정말 걱정하고 그 아이의 죽음이 안타깝다면 무의미한 챌린지와 가식을 접어야 한다고 본다.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같을 수는 없다. 무엇이라 표현하든 그것은 자유이지만 말이다.

정인이를 알진 못하지만 저 아이의 해맑은 미소는 정말 사람을 기분좋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고 본다. 물론 정인이 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의 미소가 행복을 느끼게 하지만 말이다.

 

정인이에게 미안하다면, 그리고 안타깝다면 우리는 정인이의 억울한 죽음을 잊어선 안된다.

그리고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을 위해 작은 손길이나마 내밀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