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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의 삶

첫 세차, 차부심 강한 아저씨를 만나다

의정부역 인근 한국타이어 정비소, 일요일에도 영업을 하는 곳이다.

 

 

차를 구매한 지 2주. 약 1,100km 정도를 운행했고 방향제, 페달클립, 핸들커버, 기본적인 용품을 구매했다.

또한 토요일에 푸르스킨 시공까지 했으니 이제 남은 건 세차 뿐.

그간 날씨도 안 좋았고 눈, 비가 내린터라 세차를 할 계획이었다. 다른 때같으면 자동세차나 셀프 세차장을 이용했겠지만 아무래도 첫 세차인만큼 손세차장을 이용하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 Evan을 몰고 어머니께 다녀왔다. 어머니께도 2주만에 가는 길이었다. 

어머니께 가서 인사를 하고 자주오겠다고 약속을 한 후 세차장으로 향했다. 집과는 약 2km정도 떨어진 곳이라 크게 부담되는 거리는 아니였다. ( 참고로 어머니 납골묘도 상당히 가깝다. )

일요일이지만 최근 눈 때문에 세차를 하러 온 차들이 많았다.

 

"어? 그때 그 분이네? 세차 하시게?" 

 

전에는 간단히 경정비만 받으러 왔었기에 가격만 물어보고 갔는데 사장님이 알아보시고 웃으신다.

코팅까지 포함하면 5만원정도지만 기본 왁싱 세차는 3만원.

 

 

| 차부심 강한 아저씨를 만나다. BMW 구입하셨으면 난리났을 아저씨...

 

구석에 마련 된 흡연공간에서 담배를 피려고 하는데 아반떼CN7 차량이 들어왔다. 이윽고 내린 아저씨는 내 차를 스윽하고 보고는 내 곁으로 다가오더니 이내 말을 걸었다.

 

" 아저씨 차에요? " / " 네. "

" 얼마주고 샀어요? "

 

대개 동종 차량을 보거나 신제품인 경우 같은 모델을 본 사람들이 늘 하는 첫 마디.

나 같은 경우에는 전 차주가 현대였다. 시승차량으로 운행되던 걸 사왔기 때문에 새 차량보다는 저렴할 수 밖에 없었다.

혹자들은 "그럴거면 차라리 새 차를 사지."라고 말하지만 운행기록 외에 큰 차이가 없는데 굳이 200~300만원을 더 쏟을 필요를 못 느껴 중고를 구매한 것이다. 

 

" 전 전시용이던거여서 좀 싸게 쌌어요. " / "그래서 얼마?"

 

가격을 말해주니 비싸게 주고 샀다고 정색을 한다. 아저씨 차량은 동종 모델이지만 색상도 그렇고 딱 봐도 인스 등급이 아닌 모던 등급이었다. 나야 어쨋든 중고니까 차값 대비 득템을 한 셈이지만.

 

" 그래서 아저씨 모던이잖아요. 거기에 옵션만 추가하셨고...당연히 차이가 나죠. " / " 풀옵이야. "

 

풀옵이고 뭐고 트림이 다르다니까. 뭐 차야 자기가 편한대로 고르고 옵션을 추가하는 것이니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아저씨가 말한 금액은 사실 정상적인 금액대가 아니였다. 지금 중고도 그거보단 비싼데...

세차를 하는데 와서 슥슥 살펴보더니 이내 연비를 물어본다. 

 

" 고속타면 20 정도 나와요. 평균적으로 17~20사이 정도에요. " / " 내꺼는 20 넘어.."

 

이쯤되면 사실 말 섞기가 싫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무슨 본인 차는 다른 회사가 만든 아반떼라는 말인건지.

 

" 아~ 그래요? 운전 잘하시나 봐요. 하하. 전 20은 죽어도 안 넘던데.."

 

굳이 그런 상황에서 자존심 세울 일도 아니고 정색 할 이유가 없어 웃고 말았다. 이내 내게 승리를 했다고 느끼신건지 세차를 하시는 사장님께 가서 말을 건다. 코팅이 어쩌고 왁스가 어쩌고...

웃음이 많은 사장님이지만 내내 나와 아저씨의 대화를 듣고 있던 사장님은 무표정으로 "무슨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세요. 조금 더 타보세요. 제가 거짓말하는지...나원."이라며 혀를 차셨다.

 

생애 첫 차인지 본인 차량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아저씨. 자식뻘되는 사람에게 승부욕을 보이시고 세차 전문가와 세차에 대해 토론을 하시고. 본인 차량이 소중하면 남의 차량도 소중한 법인데...

 

 

한 켠에 마련된 손 세차장, 사장님이 친절하시다.

 

 

" 사장님. 오늘 이따가 비 온다는데 세차해도 괜찮아요? 또 더러워질텐데.." / "지하에 세우니까 상관없어요. ^^ "

 

사장님이 비가 온다며 말을 걸길래 대답을 하니 또 다가와 끼어든다. 

 

" 뭐. 세차하고 차고에 넣으면 되지. "

 

엄천난 부자신데 서민 체험차 아반떼를 사셨나보다. 이쯤 되면. 

아반떼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사실 원래는 다른 차를 살 생각이었다. 하지만 뜻밖의 일이 생겨 가진 돈에 맞추다 보니 아반떼를 구입한거고 만족한다. 디자인도, 성능도. 내 경제력에는 아반떼가 정답이라 본다. 

그 아저씨 아반떼로도 저 정도인데 BMW나 벤츠였으면 아마 난리났을 듯. 

세차도 했고 기분 좋게 집으로 귀가. 푹 쉬고 내일도 출근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