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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변희수 하사 복귀 문제, 국제적 추세 안 따르면 못난 군대일까?

1년 전 성전환 수술을 밝히며 여군으로 군복무를 이어가고 싶다던 前 변희수 하사 / 비디어머그, 오마이뉴스

 

 

꼭 1년 전의 일이다.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군으로의 복귀를 위해 소송전까지 불사하고 있는 트렌스젠더가 있다.

일단 변하사의 행적은 참 독특하다. 어려서부터 군인이 꿈이었고 오롯이 군인이 되고자 진로를 결정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녀(?)의 정체성은 꿈과는 조금 상반 된 여성이었다.

물론 여성이라 해서 훌륭한 군인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대개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을 지향하는 것과는 달리 군인이었다는 점에서 조금 의아했다.

 

또한 우리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인식이나 차별 등을 해서는 안된다고 배웠고 그들의 결정에 존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지만 정작 성소수자에 대한 우리네의 시각과 입장은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내가 성소수자라 아니기 때문에 막말을 하거나 그들의 주장이나 생각이 틀렸다고 단정 짓는 건 절대 아니다.

내가 성소수자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또 생각을 신중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꼭 그들을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 또한 아니라는 걸 분명히 해두고 싶다.

 

 

 

국제적인 추세 안 따르면 못난 건가? 그렇다면 언어도 영어로 바꾸는 건 어떨런지...

 

우리나라 사회를 들여다보면 종종 이해가 안될 때가 더러 있다. 특히 여성인권 문제에는 더욱 그러하다.

유리천장, 유리절벽이라는 말은 모두 여성의 불리한 근무 환경을 빗댄 말이다. 따라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등용과 채용이 마치 올바른 선진의식이며 당연한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어떤 지위나 직급에 있어 성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반드시, 의무적으로 여성을 일정 비율로 등용하거나 진급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내가 남성이어서가 아니라 그런 지위나 직급은 성이 아닌 능력으로 올라가야 정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성정체성 차별 금지를 침해했다고 밝힌 UN인권대표사무소, 국방부는 적법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변희수 하사의 전역 문제는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진행중이다. 언론은 이를 보도하면서 우리 군을 못난 육군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그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묻고 싶다. 세계적인 추세가 그렇다고 해서 우리도 맹목적으로 따라야 하는지 말이다. 소수자의 인권 존중하자고 대다수가 희생하고 불편을 감수하고 자신의 권리를 내려놓는 것이 그렇다면 진정한 선진의식이고 올바른 행동인지에 대해 말이다.

 

같이 숙소를 사용하거나 근무해야 하는 동료 군인들, 여군들도 꺼려하는 상황에서 "단지 어린 시절부터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고 이를 극복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아으니 너희가 좀 힘들고 번거롭더라도 이해하고 받아들여라."라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이고 올바른 인권인식인지 말이다.

 

UN인권대표사무소는 우리 군의 전역 조치에 대해 차별금지에 대한 침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는 굳이 기다리지 않아도 당연히 나올 답변이었다. UN, 그것도 인권대표 사무소이니 당연히 성소수자들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을 것이고 그러자면 그들의 편에 선 답변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다만 군은 국제적인 추세나 의중이 아닌 그 나라의 안보에 맞게 움직여야 하는 조직이다. 유일한 휴전국이자 분단국인 대한민국에서 성소수자들의 인권까지 생각하며 규정을 세울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사정 다 감안하고 아픔 인정하고 상처 보듬다 보면 대체 군에는 누가 갈 것이며, 누군들 그러고 싶을까.

민주주의는 소수가 다수를 위해 희생하는 구조이다. 다수가 소수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더 빠른 길이긴 하다만 그렇다고 다수가 소수의 상황을 모두 배려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이는 장애를 가진 이들의 문제와는 별개이다.

 

변하사는 남성이었고 군에 지원할 때도 남성이었다. 그리고 군 복무 중에도 남성이었으며 수술을 하러 가는 순간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정확히 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다만 평소 성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이야기 한 정도이고 이때 부대원들은 "힘내라.", "뜻을 존중한다."는 정도의 지지 의사를 표명했을 뿐, "수술을 하고 와서 다시 복무해도 된다."라고 하진 않았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서, 원해서 성을 전환했다. 남성 변희수를 삭제하고 여성 변희수를 택했다면 직업 역시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자신이 좋아서 여성을 택했고 군인이 천직으로 여겨진다면 응당 여군으로 재지원하는 게 정답이 아닐까.

 

 

군으로의 복귀를 위해 기자회견 중인 前 변희수 하사 기자 회견장 / 더팩트

 

 

| 굉장히 힘들었거든. 너희가 좀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안돼?, 그것 역시 억지이고 자기주의적 발상

 

국내 성소수자들을 보면 굉장한 피해의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싶은 이들은 없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그들도 피해자가 맞지만 그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닌 신의 영역이다.

다만 자신이 정해진 성을 버리고 원하는 성을 찾았다면 그것은 자기 결정이다. 따라서 다수의 인원이 소수의 인원을 받아들이는데는 그만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자신은 오랜 시간 고민하고 아픔을 감내했겠지만 주위 사람들은 이제 그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성소수자들은 "왜 우리를 이해하지 않지?"라며 아쉬워한다. 이것은 마치 전혀 모르던 여성에게 다가가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고백하며 "왜 내 사랑을 거절하지?"라는 것과 동일하다.

고백받은 여성은 "훗. 누군가는 날 사랑할 줄 알았지. 그게 너였구나."라며 사랑을 받아들여야만 할까.

 

나는 블로그를 통해 이 같은 글을 몇 차례 올린 적이 있다. 그리고 그 글에서 늘 "정체성을 찾고 극복한 것은 축하할 일이며 용기있는 행동"이라 표현했다. 다만 일부 주장과 논리에 있어서는 반대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런 생각은 변함이 없다. 우리는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배웠고 이해는 하지만 정작 그 상황에 직면하면 이를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세계가 인정하고 있는 사안이니 우리도 생각할 필요따위 없이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건 바보같은 짓이다.

어느 나라나 나름대로의 상황과 사정이 있고 상대적으로 성소수자들의 빈도가 낮은 군에서는 이같은 일에 생각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게 맞다. 소수자들의 인권 존중해주자고 다수의 국방인력이 불편과 희생을 할 수는 없다.

이를 극복하는 것은 소수의 문제이지, 다수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 문제에 부정적 의견을 뿜어대는 네티즌들 대다수도 그럴 것이다. 나는 변하사가 하사로 복귀를 하든, 중사로 진급을 하든 관계없다. 관심도 별로 없다. 다만 자신의 복귀를 위해 인권만 운운하는 것에는 반대이다.

자신의 인권이 중요하면 다른 부대원, 여군들의 인권과 생각도 존중해야 한다.

이제 생물학적 여성이 됐으니 여성으로 생각해달라는 건 지나치다. 오늘 헤어졌는데 어제까지 연인이었다고 해서 오늘도 연인의 감정을 이어갈 수 없듯 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는 우리 군의 결정에 지지를 보낸다. 그리고 변하사가 정녕 군인으로의 길을 포기할 수 없다면 스스로 성을 바꾼만큼 남군에서 여군으로 재지원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본다.

남성을 지울 때 이미 남군 변희수는 지워졌을테니 말이다. 성별도 자기 마음대로 복귀도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뜻일까.

당당하게 여군으로 지원했으면 좋겠다, 그랬다면 적어도 열렬한 지지까진 아니겠지만 최소한 지금의 비난은 받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