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공작원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종종 있었다. 그리고 그런 영화나 드라마들의 특징은 그들에게도 가족이 있고 가족과 국가의 사명 때문에 그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마치 "어쩔 수 없음"을 어필한다.
인간적인 공작원들이지만 북에 볼모로 잡힌 가족 때문에, 위대한 조국을 위해...그들의 공작 행위는 오늘도 정당화된다.
영화 <붉은 가족>도 그런 맥락을 따르고 있다.암호명 진달래로 구성 된 공작원 조장 백승혜, 김재홍, 조명식, 오민지. 이들은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평범한 가족이지만 북의 지령을 받아 임무를 수행하는 간첩, 공작원이다.이들이 조국을 위해 첩보활동, 암살을 하는 이유는 딱 하나. 모두 북에 두고 온 가족들 때문이다. 그들의 임무 수행은 곧 가족의 안전이었기에 이들은 밖에서는 화목한 가족 행세를 하지만 집 내에서는 엄연히 서열과 임무만을 생각하는 철저한 공작원의 삶을 살고 있다.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을 그리워하는 가족 '진달래'
가족처럼 보이지만 남한에 정착해 조국의 지령을 받아 활동하는 공작원 '진달래'.
하지만 아무리 임무를 수행하며 하루 하루를 보내도 북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채워지지 않고 오히려 언제 어떻게 조국에게 버려질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하루 하루를 보내게 된다.
진달래들이 정말 걱정하는 것은 자신들의 미래가 아닌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의 안전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가족의 안전을 걱정하는 재홍을 위해 승혜는 이를 전달책에게 물어보게 된다. 그리고 공작원 김재홍의 아내가 탈북을 하다 적발됐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를 재홍에게 전하면 임무에 차질이 생김은 물론 어느 덧 조원들을 걱정하게 된 승혜는 공을 세우면 죄를 면제해 줄 것이라 판단, 탈북한 북 고위직을 암살한다.
공로에 대해 치하를 받을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오히려 문책을 받게 된 승혜.
알고보니 탈북한 고위직은 당이 오랜시간 공을 들여 위장 탈북시킨 첩보원이었던 것. 이로 인해 진달래에 대한 당의 의심은 높아지고 곧 폐기 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흐른다.
지령을 하달하는 전달책은 진달래의 이런 행동들이 모두 이웃 창수네와 남조선에 오래 머물러 생긴 폐단이라 생각하고 창수네 가족을 몰살하라는 명령을 하달한다. 가족에 대한 정이 생기는 것조차 공작원들에게는 사치였던 셈이다.하지만 죄없는 일반인들을 몰살하라는 명령에 회의를 느낀 진달래들.
또한 자신들이 아무리 임무를 잘 수행해도 결국 북의 가족들조차 자신들과 같은 소모품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진달래는 하극상을 일으켜 창수네를 살려주고 당의 처분을 선택하게 된다.
그들도 결국은 인간이었고 정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영화에서 공작원 진달래는 물론 전달책들 역시 피도 눈물도 없는 오로지 임무만을 생각하는 냉혈안으로 그려지지만 결국 전달책들도 정을 느끼는 인간임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식당 여인을 죽이지 못한 전달책, 당을 부정하고 남조선 가족을 흉내내는 진달래들을 처분하지 못하고 지켜보는 전달책.
그들도 진달래 공작원들이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명분으로는 당의 배신한 것이지만 사실 누구보다 당과 조국을 위해 충성을 다했다는 것을 말이다. 다만 그들은 결국 당이 쓰다 버리는 소모품이었음을, 그리고 그것은 결국 자신들에게도 내려질 미래였음을 말이다.
진달래는 민지를 제외하고 모두 스스로 자결을 선택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죽음으로 북의 가족을 용서해주길, 그리고 어린 민지는 살려주길 바란 것이다.
영화 <붉은 가족>은 일종의 다큐같은 영화이다. 가족에 대한 소중함, 그리고 진정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나는 이 영화를 5번째 보았지만 볼 때마다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故 김기덕 감독은 비록 불명예스러운 삶의 마지막을 보여주었지만 그가 남긴 작품들은 모두 사회에 잔잔한 감동과 교훈을 주고 있다.
'영화 더 무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밤중의 마을 | 1938년 일본 실제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0) | 2021.07.04 |
---|---|
발신제한 | 뻔한 스토리, 생각보다 별로였던 영화 (0) | 2021.06.23 |
고산자 대동여지도 | 김정호의 쓸쓸함이 느껴지는 영화 (0) | 2021.02.13 |
용서받지 못한 자 | 나의 군대 시절을 회상케 하는 영화 (0) | 2021.02.06 |
전쟁과 한 여자 | 비정상적인 남여가 전쟁통에 만나게 되다 (0) | 2020.1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