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영화를 리클라이너 좌석으로 봤다고 이제는 리클이 아니면 영화를 관람할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 안재홍이 주연을 맡은 실화 영화라고 해서 개봉 당일 양주 메가박스로 향했다. 비도 온데다 평일 시간대여서 그런지 메가박스는 한산 그 자체였다.
처음에는 혼자였고 영화 시작 직전 2명의 여성분들이 들어와 3명이서 영화를 관람했다. ( 물론 나란히 앉은 건 아니다. )
극장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보통 개봉 당일에 영화를 혼자 보러가곤 하는데...
오늘도 그러했다.
영화 속 인물들의 뒷이야기.
영화 <리바운드>는 2012년 실제 고교 농구대회를 배경으로 한 실화 바탕의 영화이다.
등장인물들 역시 실제 인물로서 발목 부상을 겪었던 배규혁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프로로 진출했고 실질적 감독이었던 강양현 코치는 조선대 농구부 감독을 지낸 후 현재는 3X3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활동 중이라고 한다.
특히 주인공격으로 활약한 천기범 선수는 이후 프로선수로 활약하다 음주운전을 일으켜 방출, 현재는 일본에서 활동 중이라고 한다.
영화 내용.
역사와 전통을 자랑했지만 한물 간 고교 농구부.
중앙고는 그런 농구부를 해체하려고 했지만 동문회와 지역 여론 등을 고려해 농구부를 형식적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한다.
시설도 낙후됐고 선수층도 거의 없는 농구부의 코치직을 수행할 적임자를 찾던 학교는 학교 출신이자 당시 대회 우승과 MVP를 지냈던 강양현을 주목하고 공익으로 근무 중이던 강양현을 코치로 임명한다.
고교 때는 화려했지만 이후 프로 무대에서 적응에 실패, 선수 경력도 그렇다고 지도자 경험도 전무한 20대의 젊은 코치에게 큰 기대를 거는 사람은 없었다. 강양현은 그런 주위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보란듯이 성공해보이겠다며 의지를 불태우며 선수 발굴에 나선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농구부 베스트 5를 완성한다.
첫 대회 출전에서 심판의 판정에 항의하던 강양현은 퇴장을 당하게 되고 덮친 격으로 부원들의 불화로 몰수패를 당한다.
그리고 이어진 출전정지 6개월. 농구부는 해체 수순을 밟게 되고 짐을 정리하던 강양현은 다시 한번 젊은 시절의 꿈을 상기한다. 자신이 못 이룬 꿈을 대신 이루게 하고자 강압적이었던 잘못을 깨달은 강양현은 다시 한번 선수들을 불러모아 재도전을 하자고 제의하고 즐거운 농구를 실현한다.
장점 ) 배우들의 연기력, 러닝타임 내내 지루하지 않은 전개와 연출
영화 <리바운드>는 화려한 제작진을 자랑하고 블록버스터급 연출 기반을 갖추었지만 영화가 제작되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한다. 고교 농구를 소재로 한 탓에 투자 자체가 어려웠던 것.
하지만 넥슨이 영화 투자에 대한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시나리오 검토 끝에 투자를 결정, 장항준 감독, 배우 하정우가 제작에 참여하였으며 각본에는 장항준 감독의 아내이자 스타급 작가로 활동 중인 김은희가 참여했다고 한다.
이렇다 할 스타급 배우가 출연하는 건 아니지만 배우들의 기본 연기력은 탄탄했고 러닝타임 내내 깨알같이 숨어있는 코믹적인 연출과 대사는 지루함을 느낄 수 없게 만들었다. 박장대소까지는 아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집중하기에는 충분했다.
단점 ) 실화성 영화의 한계는 존재
영화 <리바운드> 개봉 소식이 전해지면서 아무래도 실화 소재임을 밝힐 수 밖에 없고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영화의 결말에 대해서 알게되는 건 실화 소재 영화들의 한계일 것이다.
결말을 알고 있기에 결말에 대한 큰 기대를 할 수 없고 대부분의 실화 소재의 스포츠 영화들이 감동을 주기 위해 선수들의 악전고투하는 모습, 부상, 팀 해체, 불화 등 뻔한 스토리라인을 선보일 수 밖에는 없다.
이미 영화 < 국가대표 >, < 코리아 >, < 우생순 > , < 맨발의 기봉이 > 등을 통해 열악한 환경과 팀의 불운, 그리고 악전고투를 통해 최선의 성과를 내는 라인을 아는 관객들에게 감동을 기대하는 건 사실 무리일 것이다.
| 한번은 봐도 괜찮을 영화, 뻔하지만 개운함이 있다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을 나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보통 재미없는 영화이거나 무언가 아쉬운 연출이 있다면 느낄 수 없는 것들이다. 물론 자정이 다되어 끝나 얼른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재미있다."라고 할 수 있다.
굳이 비슷한 감정을 말해본다면 얼마 전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본 느낌과 동일했다.
마치 결과는 알고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뒷 이야기를 알게 된 그런 느낌이랄까.
이미 한번 봤기 때문에 또 돈을 내고 보라고 하면 좀 그렇겠지만 누군가 보여주겠다고 하면 또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안재홍 배우가 실제 인물 강양현 감독의 당시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증량까지 감행하며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하는데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 모습이 떠올라 살짝 어색한 감은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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