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는 정치적, 문화적, 국민정서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미묘하다. 가까운 이웃이자 문화적으로도 많은 교류가 있었던만큼 지나간 과거에 얽매이기 보다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함께 해야 할 이웃이기도 하지만 막연하게 지난 과거를 잊기에는 일본이 우리에게 한 만행이 너무나 크고 고통스럽다.
친일에 대해 청산은 0.1도 못한 대한민국이 감정에만 치우쳐 아우성거리는 것도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No제팬을 외치지만 일본 관광객이 최고를 찍고 있는 요즘 과연 우리가 한일 관계에 대해 떳떳하다고 할 수 있을까.
겉으로는 싫다고 외치면서 관광을 가고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일종의 모순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빼앗긴 나라를 찾겠다고 가산을 털어 독립 운동과 의지를 불태웠던 선열들이 지금의 우리를 보면 과연 무엇이라 말할까.
그런 면에서 개봉된 지 17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지금의 대한민국 현 주소를 보여주는 영화가 있다.
2006년 개봉 된 영화 < 한반도 >이다.
줄거리.
경의선 개통을 앞둔 대한민국.
남북의 정상들이 모여 해외 국빈들을 초대해 경의선 개통 기념식을 하기로 한 날 돌연 일본이 조약을 빌미로 개통을 허가할 수 없다는 통보를 해오고 중국, 미국, 러시아 등 주요 관계국들이 일본의 편에 선다.
이에 대통령은 즉각 대통령 산하 조직을 개편하고 일본이 제시한 조약의 무효성을 입증하기 위해 당시 사용 된 국새가 조작 된 것임을 밝히기 위해 애를 쓰고 그 적임자로 역사강사 최민재를 고용한다.
최민재는 서울대 국사학 박사 학위 소지자로 을사늑약, 한일합병 무효 등만 주장해 학계에서 퇴출 된 인물.
대통령과의 면담을 통해 다시 한번 의지를 불태운 최민재는 대한제국 당시 내관직을 지낸 김홍순의 증손이던 지인 김유식을 찾아가 김홍순의 일기를 통해 국새가 묻힌 위치에 대한 단서를 알아내고 진짜 국새를 찾아 일본의 주장이 무효임과 동시에 당시 조약 자체가 부당했음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수세에 몰린 일본은 경제 압박과 동시에 무력 시위를 감행하고 대한민국은 이에 맞서 자주권을 회복하기 위한 태세를 갖추는데 과연 한반도의 앞 날은...
| 다소 과장됐지만 그럴싸한 역사 설정, 설정을 논한 게 아니라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 봐야 할.
영화 < 한반도 >를 지금까지 5회 정도 본 것 같다. 물론 배우들 중 조재현에 대해서는 반감이 있지만 배우를 볼 게 아니라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을 보는 것이기에 배우에 대한 반감은 묻어두기로 한다.
물론 국새의 진위 여부에 따라 일본을 법정에 세운다는 설정은 다소 과한 측면이 있지만 이는 문서 위조로 인해 그간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이 입은 피해에 대해 보상과 사과를 받는 것을 그리 표현한 듯 하다.
영화를 보면 일본 대사보다 국내 고위장관들이 더 무능하고 나약하게 묘사된다.
그들의 주장도 다소 일리는 있다. 이미 100년도 넘은 과거사에 얽매여 현재의 상황이야 어찌되든 말든 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주장은 말이다. 일본에게 그대로 보복도 못하고 그렇다고 강경하게 조약의 무효성을 입증하지도 못할 것이면서 막연한 반감과 반발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도 맞는 말이다.
비록 영화에 불과하지만 영화 < 한반도 >는 현 시대의 우리가 일제강점기, 그리고 일제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막연한 감정으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정말 일본에게 사과를 받고 싶다면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영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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