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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시청

SBS | 재벌의 새 지평을 열었던 드라마 '파리의 연인'

2004년 방영한 SBS 드라마 ' 파리의 연인 '

 

 

대개 재벌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아주 뻔한 공식을 가지고 있다.

재벌과 흙수저 서민과의 로맨스, 재벌의 위기가 그것이다. 시대가 지나도 이 공식은 크게 변함이 없다.

한 가지 의문인 점은 드라마에 나오는 여주인공들은 정말 지지리도 가난하고 매번 역경과 고난이 닥치는 가운데에서도 할 일은 다하고 먹을 건 다 먹는다는 것이다. 또한 주변에서 도와주면서도 생색 한번 안내는 절친, 조력자들이 있다.

 

2004년 방영 된 SBS 드라마 ' 파리의 연인 '도 재벌과 흙수저 서민의 사랑을 주 소재로 다루고 있다.

주인공 관계, 설정, 배경 등 무엇 하나 기존 재벌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재벌임에도 크게 돈을 쓰는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실제로 GD자동차 회장이 자신의 아들 한기주를 만나는 강태영에게 하는 말이 " 얼마면 돼? 자동차 한 대값이면 되겠니? 아니면 아파트 한 채값 정도면 되겠니? "라고 하는데 재벌 회장치고는 참 검소하게 느껴진다.

드라마에서 말하는 대사만 본다면 그냥 좀 잘 사는 사람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당시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 많은 논란을 낳았던 드라마였다.

 

 

줄거리.

 

태영은 덜렁거리는 성격 탓에 파트타임을 하는 식당에서도 해고되고 집세도 3개월이나 밀린 파리 유학생이다.

우연히 한국인 가정부를 구한다는 말에 한 집의 가정부 일을 하게 된다. 그 집의 주인은 한국 GD자동차 그룹 회장 아들이자 사장인 한기주.

파리에서 친한 동생의 가판을 봐주던 태영은 창녀로 오해를 받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기주의 차가 주차를 한다.

기주의 차가 가판을 부셨다고 오해한 태영은 기주에게 변상을 요구하고 함께 그의 집으로 간다.

 

마침 가사 도우미로 일해주던 집 근처를 지나던 차에 잠시 들른 태영.

하지만 그 집은 바로 기주의 집이었던 것. 태영은 기주에게 해고를 당하게 된다.

며칠 후 중요한 비즈니스가 있던 기주는 계약을 유리하게 따내기 위해 사전 조사를 하고 계약 당사자의 아내가 한국인이고 강릉 출신이라는 걸 알게 된다. 태영이 강릉 출신이라는 점을 이용하기로 한 기주는 태영에게 파트너 제안을 한다.

 

 

 

재벌의 새로운 모습을 제시한 재벌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았다.

 

 

기존 재벌 드라마와는 다른 러브라인, 허무맹랑한 반전 결말

 

'파리의 연인'을 보면 기존 재벌 드라마와는 좀 다른 구도를 가지고 있다. 일단 주인공들을 중점으로 한 주위 인간관계가 다양하다. 주인공을 시기하는 세력, 조력자, 주인공을 힘들게 하는 캐릭터 등 기본 구조와 더불어 새로운 성향의 캐릭터들이 포진된다. 재별과 서민의 사랑 > 재벌의 위기 > 해피엔딩의 로드맵에 조금 더 다양한 요소들이 껴있는 것이 당시로서는 기존 드라마와 '파리의 연인'의 차이점이었다.

 

그냥 돈 많고 원리원칙주의를 표명하던 기존 재벌과는 달리 사이보그같은 느낌의 재벌을 선보인다.

" 그냥 좀 앉지. ", " 이건 얼마나 하나? "같은 대사는 한기주앓이 신드롬을 일으켰고 박신양은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확고한 선이 존재하는 한기주는 분명 기존 드라마 재벌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당시 최고의 흥행작이었지만 결말은 허무한 반전으로 끝이나 시청자들은 물론 주인공 박신양 역시 작가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드라마 속 자동차 업체 GD 자동차의 실제 모델 GM대우, 드라마의 성공과는 달리 큰 이슈를 받진 못했다.

 

 

드라마의 흥행과는 달리 판매실적은 저조했던 GM 대우 자동차

 

한기주가 사장으로 연기한 GD자동차는 실제 GM대우의 협조로 촬영이 이루어졌다. 드라마 전반에 나오는 자동차는 당시 GM대우에서 출시한 차종들이었다. 하지만 드라마와 흥행과는 달리 GM대우가 크게 이익을 내지는 못했다고 한다.

보통 드라마에 나오는 제품, 브랜드들이 큰 이익을 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주연 박신양과 마찰을 빚었던 작가 김은숙, 당시에는 스타작가가 아니였었다고 한다.

 

 

| 재벌 모습의 표본이 되었던 드라마

 

지금까지 재벌이 등장하는 드라마는 여주인공을 통해 선함 마음, 서민을 이해하는 마음을 갖게되는 재벌의 심리적 변화를 주로 나타냈었다. 그런 면에서 '파리의 연인'은 애초 선한 마음이 공존하는 재벌 캐릭터를 나타내 차이점을 분명히 했다.

딱히 재벌이라고 으시대지 않지만 확실히 서민과의 거리를 두는 재벌 2세 한기주는 새로운 재벌 캐릭터의 표본을 만드는 데 충분하다고 본다.

 

실제로 박신양은 한기주의 대사, 행동 등을 알고 지내는 사업가 선배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당당하면서도 어딘가 예의가 갖춰진 그런 모습을 통해 기존 안하무인의 재벌과는 또 다른 캐릭터를 선보이고 싶었다고 한다. 벌써 약 20년 전의 드라마이다. 그러고 보니 굉장히 오래 된 드라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