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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 배가 너무 고픈데 외상 안될까요? " 배달거지, 선행의 조건 있다.

최근 음식을 외상으로 줄 수 있느냐는 배달거지들이 속출해 자영업자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우리나라 사회를 보면 몇 가지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아이가 거론 된 문제라면 끔찍하고 또 하나는 돈쭐이었다. 물론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온정의 손길을 보내는 것이 인간의 도리이고 사람 사는 정이지만 말이다.

참고로 나도 꽤 착하게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혹시나 이 글을 보고 " 남이나 돕고 이야기해라."라고 하실 분들이 계실 듯 하여 언급하는 것이지만 봉사활동 열심히 하고 후원도 열심히 하고 있다.

길에서 어르신들 무거운 짐 들고 가시면 들어드리고 편의점에서 돈 모자란 청소년들 마주하면 대신 결제도 여러 번 해주는 정도의 선행(?)은 나도 충분히 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온라인 기사들을 볼 때면 심심찮게 나오는 기사 중 하나가 바로 배달거지에 대한 내용이다.

배달거지가 무슨 뜻인가 하니 ' 외상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 '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1990년대까지는 종종 마주할 수 있었던 구걸문화가 2023년에도 벌어진다니 사실 좀 의외이긴 하다.

 

배달앱이 보편화 된 요즘이다 보니 요청사항에 사연을 적어 보내는 일이 많다고 한다.

" 며칠째 굶었는데 외상으로 주문할 수 있느냐? ", " 아이가 굶고 있다. 죄송하지만 며칠 내로 드릴테니 부탁드린다. " 등등의 절절한 사연들로 말이다. 실제로 한 음식점에서는 알바생이 음식을 보내주었고 며칠 후 금액을 이체받았으며 이를 안 사장님이 해당 고객을 직접 매장으로 불러 알바자리를 제공하기도 했다는 나름 훈훈한 사연도 있었다고 하지만 대체로는 음식값을 떼어먹히는 결과가 많다고 한다.

 

 

 

선행의 조건이 따로 있는 것일까.

 

자영업자 분들이나 다른 분들을 비난하거나 폄하할 의도는 없다. 하지만 솔직히 이런 기사들을 보면서 하나 드는 의문은 있다. " 툭하면 돈쭐 돈쭐하면서 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지? "라는 의문이다.

매장을 기웃거리는 어린 아이들, 여럿이 와서 1인분만 시키면 여러 음식을 제공해주는 미담이 가득한 대한민국에서 말이다. 선행에도 어떤 인증이 필요한 것일까. 일단 경제적 능력이 없어야 하고 딱 봐도 어려워 보여야 하는 그런 인증 말이다.

 

 

 

불우한 이웃에게 돈쭐도 마다않는 대한민국인데 의아했다. 역시 선행은 생색낼 수 있어야 하나 싶었었다.

 

 

 

외상주문을 받게 되면 물론 당황스럽고 고민에 빠질 것이다. 무시하자니 왠지 마음 한 구석이 찝찝하고 들어주자니 속을것만 같으니 말이다. 구걸이라는 표현이 조금 거부감이 들지만 구걸에도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배달거지 기사를 보면 " 왜 저렇게 살지? "라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오죽하면 저렇게까지 할까라는 안타까운 마음도 드는 게 사실이다. 아마 이 글을 보는 대부분의 네티즌 분들도 그럴 것이다.

 

살다보면 정말 본의 아니게 어려운 순간에 직면할 때가 있다. 차라리 액수라도 크게 부족하다면 은행에 가거나 아예 포기를 하겠지만 정말 소소한, 차마 빌려달라기도 애매한 금액이 부족할 경우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 분들이 고충이라고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비대면 요청이기 때문이다. 집 주소도 알고 배달이 외상으로 나간 기록이 있으니 추후 음식값을 돌려받는데 이상이 없을 것 같지만 그 집의 거주자가 외상을 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옆집, 윗집, 아랫집 주소로 요청을 하고 음식만 받고 잠적을 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영업자들의 몫이다.

정말 당장 배는 너무 고픈데 월급이 좀 밀려서 염치불구하고 어렵게 용기를 내서 보내는 분들도 계실테지만 대개는 " 생색낼 수 있는 기회이니 도와주겠지? "하는 무개념들이 그런 요청을 할 것이다.

 

돈쭐의 경우를 보면 그렇다. 아이들은 경제적인 능력도 없지만 무언가 보장을 할 수 있는 담보도 없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오직 배는 고픈데 돈은 없다는 솔직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른들이 선행을 베푸는 건 그 용기를 보았기 때문에 선뜻 선행을 하고 돈쭐을 내주는 것일 것이다.

 

 

 

세상에 자존심을 지키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 공짜로 음식먹고 자존심 지키면서 도움받겠다는 생각은 잘못, 그게 현명한 삶이 아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음식을 보내 준 자영업자들을 보며 누군가는 웃을 것이다. 혹은 " 진짜 보내줄 줄 몰랐는데 대박~ "이러면서 공짜 음식을 먹으며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혹은 잠깐 어려워 도움 요청하는 건데 쪽팔리게 얼굴 보일 필요가 있나, 어차피 돈 생겨서 지불하면 되는데 라며 도움 요청을 거절한 자영업자 분들과 세상을 탓할지도 모르겠다.

 

도움을 받는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은, 혹은 한번쯤은 타인의 도움이 필요해지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도와달라는 말도 직접 대면으로 못한다면 도움을 받을 수는 없다.

세상에 자존심을 지키면서 하는 사과는 없고 자존심을 지키면서 도움받는 구걸도 없다. 도움을 받으려면 최소한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나는 배달거지들 때문에 고충이라는 자영업자 분들의 말 뜻을 이해할 것 같다.

 

처음에는 " 왜 생색낼 기횐데? "라고 의아했지만 잘 생각해보니 내 생각이 틀렸음을 알게 됐다.

정말 아이가 굶고 있어서 외상 주문을, 월급이 밀려서 외상 주문을 한다면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이를 위해 부모가 못할 짓이란 없다. 생존을 위해 못할 일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쓸데없는 인생 끝까지 살아보겠다고 사기를 치고 타인의 목숨도 해하는 세상이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그까짓 얼굴 한번 팔리는 게 무슨 큰 대수일까.

 

정말 당당하다면 굳이 비대면으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요즘 너나 할 것없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인데 제발 이런 비양심 배달거지들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렇잖아도 별로 안 착한 국민성인데 그나마 온정까지 사라질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