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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의 삶

#. 백수 5개월차, 지금에 와서 드는 생각

벌써 백수 생활 5개월차에 접어들었다.

 

 

젊었을 때의 시간과 나이가 든 후의 시간은 절대로 같을 수 없다.

20대에게 1년의 시간 투자는 그야말로 투자겠지만 40대 초의 내게 1년이란 시간은 쉽게, 함부로 결정을 내리기 힘든 시간이다. 젊었을 때의 실패는 경험이지만 나이가 들어서 겪는 실패는 더 이상 경험이 될 수 없다.

 

40대를 맞이하기 전 나는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평생직장, 정년 보장이 사라진 대한민국 사회에서 미래는 늘 불투명하고 두려운 일이다.

나이가 들수록 짊어져야 할 책임, 지출 항목은 늘어나지만 경제적 활동의 영역은 점점 좁아지는 것이 우리나라 시스템이다.

 

" 내가 과연 정년까지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을까? "

나는 이 고민을 30대부터 하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들은 아직 닥치지도 않은 일을 왜 미리 걱정하느냐고 하지만 언제, 어떤 상황에 직면할 지 모르는 인생사에서 느긋한 대처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게는 유산을 물려줄 가족도, 금전적 도움을 줄 가족이 없기 때문에.

 

 

 

방법은 창업, 투자 유치 뿐이었다.

 

일확천금의 야망같은 건 없었다. 첫번째는 정말 만들어보고 싶은, 도전해보고 싶은 솔루션을 해보고 싶었고 두번째는 노후 보장을 원했다. 방법은 투자를 받아 창업하는 길 뿐이었다. 군대를 일찍 다녀온 나는 20대 초의 어린 나이에 게임 기획자로 첫 발을 내딛었기에 40대의 나이에 IT 분야에서 현업으로 뛸 수 있는 가능성은 좀처럼 높지 않다. 경력도 경력이지만 그에 따른 연봉을 감당할 회사는 거의 없으니 말이다. 대표와 맞먹는 경력이거나 또는 더 높은 경력, 그리고 나이, 적지 않은 연봉을 흔쾌히 수용할 회사는 많지 않다.

 

또한 개인적은 문제는 더 이상 빠른 두뇌회전, 밤샘과 야근을 견딜 체력이 내겐 없다는 것이다.물론 지금도 급한 사안이면 밤샘 작업을 하긴 하지만 예전같지가 않다. ^^;; ( 아~ 무심한 세월... )몇 번의 투자를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끝내 그들은 투자금을 이체하지 않았다. 마음의 급변인지, 아니면 설득이 부족했는진 모르겠지만.

 

 

 

투자유치는 정말 힘든 일인 것 같다.

 

 

투자 활동을 하면서 몇몇 업체에게서 제안이 왔었고 합격 통보를 받기도 했다.

황당한 건 그때마다 투자자(?)들이 " 투자할께요. "라고 답변을 보내왔었고 나는 생애 처음으로 투자를 받게됐다는 기쁨에 매번 입사 거절을 했다. 내가 내린 판단이니 누굴 원망할 일은 아니지만 사실 화가 나는 것도 사실이다.

정식 VC가 아닌 소위 사업체를 운영해 돈 좀 있다는 분들의 투자 약속이었다는 부분을 감안하지 못했다.

 

사무실도, 법인도 내지 않은 상황에서 VC 투자나 엔젤 라운드를 진행하는 건 사실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국내 투자 방식은 외국과는 좀 다르기 때문에 더 까다롭다고 할 수 있다. 외국의 경우 사업의 가능성, 아이템의 가능성도 고려를 하지만 국내에서는 시장성만을 따지기 때문이다.

 

IT의 무덤이라 불리우는 의료계 프로젝트.

어제도 아는 개발자로부터 " 형. 이번에 새로 설립 된 개발사가 있는데 들어오실 생각 없어요? "하기에 제안은 고맙지만 거절했다. 꼭 도전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미안하다고 하니 왜 늘 힘든 길을 가려고 하냐고 웃는다.

한번 사는 인생인데 해보고 싶은 일도 좀 해봐야 하지 않겠냐. 생활은 어려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