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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현실판 더글로리 표예림 사망, 드라마처럼 못 이룬 결실이 안타깝다.

유튜브 채널에서 12년간 당한 학교폭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故표예림의 생전 모습

 

 

이유없이 동급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학생이 오랜 세월을 견디고 견뎌 복수한다는 내용의 드라마 < 더글로리 >.

시즌1과 2가 굉장한 인기를 얻었던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드라마이다.

주인공 문동은보다 주인공을 괴롭힌 일진녀 박연진의 연기가 더 호평이 됐던 드라마이기도 하다.

현실판 더글로리의 주인공 표예림이 부산에 위치한 성지곡수원지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고 알려져 그녀를 응원하던 네티즌들에게 충격을 전했다.

 

사실 고인의 학교폭력 고발성 발언은 오래 전부터 지속돼 왔었다고 한다.

하지만 ' 이미 지난 일 '로 치부돼 아무도 그녀의 말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방송 역시 그저 시청률을 위한 이슈성 내용에 지나지 않았다. 드라마 < 더글로리 >가 큰 인기를 얻고서야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때부터 무려 12년간의 괴롭힘. 말이 좋아 12년이지 사실상 인생의 절반을 괴롭힘을 당하며 살아온 셈이다.

평소 학폭의 고통을 호소해오던 고인은 결국 10일 오후 12시 57분경 부산에 위치한 성지곡수원지에 투신, 3시간만에 구조대에 사망한 채 발견됐다고 한다.

 

 

 

생전 삶의 고통을 호소했던 故표예림, 부산 성지곡수원지의 모습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잘 되는 줄 알았던 그녀의 싸움

 

고인과 고인의 학교 동창으로 알려진 친구 A로 인해 가해자들을 응징하는데 성공하는 듯 싶었다.

실제로 당시 고인을 괴롭혔던 그룹 중 몇몇은 직장에서 해고 및 징계 조치가 되는 등 뒤늦게나마 학창시절 자신들이 했던 만행에 대한 처벌을 받는 듯 보였다. 

대개 이런 학폭에 관련 된 문제가 드러나게 되면 대부분의 가해자들은 발뺌을 먼저하고 추후에는 결국 형식적인 사과를 하지만 고인과 관련 된 가해자들은 사과보다는 자신들의 방어를 선택했다.

 

세상에 공개 된 자신들의 사진에 대해선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택했고 자신들을 향한 고인의 메시지에는 " 네가 문동은인 줄 아냐? " 등 드라마로 인해 학폭이 관심사로 떠오르니 분위기에 편승해 뒤늦게 어떻게 좀 해보려고 하느냐는 식의 내용들이 전해졌다고 한다. 평소 고인은 금전적 위로나 어떤 처벌보다 가해자들의 진심어린 사과를 원했다고 알려져 네티즌들의 응원을 받은 바 있다.

 

 

 

故표예림의 생전 모습, 삼가조의를 표합니다.

 

 

| 드라마같은 일을 겪었지만 드라마같은 결실은 못 이룬 안타까운 죽음.

 

세상을 살다보면 여러 가지 일을 겪을 때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이해가 안되는 것이 있다.

잘못을 한 사람보다 피해를 당한 사람이 더 많은 손해와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물론 당시 고인을 괴롭힌 그들은 어릴 적 철없던 시절의 장난이었고 실수였는지도 모른다.

드라마 < 더글로리 >의 현실판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고인을 " 용기있고 참 대단한 사람 "이라 생각했다.

연약하고 가녀린 모습으로 어떻게 12년간 그 괴롭힘을 견디고 버텼는지 말이다. 그리고 끝내 그것을 세상을 향해 외쳤고 다시는 그런 일들이 없도록 노력하는 모습에서 말이다.

 

그래서 고인의 죽음 소식이 더 충격적이었다.

정작 힘들었던 고통의 시간은 잘 견뎌냈으면서 왜 이렇게 허무한 결과를 택했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잘못 생각한 듯 하다. 고통의 시간은 지난 게 아니라 고인에겐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명절을 지내고 저 곳까지 가는 동안 고인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그녀의 죽음을 기사로 본 가해자들은 또 무슨 생각을 할까. 

 

생전 고인의 모습을 보고 참 아름답고 용기있는 분이라 생각했다.

어떤 일을 당했는지, 무엇이 그리도 고통스럽게 했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같은 가식적인 말은 못하겠다.

 

 

삼가조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