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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의 삶

#. 아직도 결혼이 하고 싶냐는 친구의 말

내 지인들 중엔 비혼주의가 많다.

 

 

 

 

어렸을 때 나는 어른이 되면 모두가 같은 순리를 따라 살아가는 줄 알았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면 국가에서 직장을 정해주고 돈을 벌며 살다가 여자를 만나 연애를 하고 자연히 결혼으로 가는 줄 알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정말 순수 그 자체였던 것 같은데...

 

내 인생에 결혼을 생각했던, 꼭 이 사람과는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한 여성이 있었다.

프로포즈도 했고 그 친구도 받아들였지만 우리는 끝내 결혼을 하지 못했다. 그 후로 나는 여성을 잘 만나지 못했다.

못 잊었다기 보다는 어쩌다 보니, 또 그런 생각을 갖게 만드는 사람을 못 만났기 때문이다.

사실 사는게 바빴다. 부모님의 빚을 정리하는 게 가장 급선무였다. 누구를 만나고 그럴 시간이나 비용도 없었고.

그러다 보니 오늘에 이르렀다.

이제 집도 사고 차도 사고 나름 결혼에 대한 준비는 갖춰놓은 듯 한데 이젠 여성을 만나는 게 쉽지가 않다.

 

 

 

 

" 너 아직도 결혼 생각하냐? 그냥 혼자 살아, 편하게. "

 

내 주위엔 은근히 비혼주의자들이 많다. 친형도 " 넌 왠간하면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아. " 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나이먹고 후회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있지만 내가 결혼을 하고 싶은 이유는 따로 있다.

물론 남들 다하고 사는 결혼을 내가 뭐가 부족해서 못하나 하는 마음도 없는 건 아니지만 결혼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혼자 산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하거나 더 여유롭게 사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가끔 혼자 사는 게 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긴 하다. 술 마시는데 왜 아직도 안 들어오냐고 하는 사람이 없을 때?

하지만 그 점을 제외하면 혼자는 외롭고 심심하다. 혼자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집에서 음악을 들어도 심심하다.

어떨 땐 굳이 혼자 사는데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야 하나 싶을 때도 있다. 삶의 의지가 부족해지는 것이다.

 

 

 

 

결혼과 비혼, 어느 삶이 더 편할까에 대해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봉사활동을 가면 이제 막 걸음을 뗀 영유아들이 많다. 부모가 경제적인 이유로 위탁을 한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부모가 누구인지 모르는 경우의 아이들이라고 한다. 아직 뭐가 뭔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웃음을 짓고 안길 때면 당장 입양을 하고 싶을 때가 많다.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하는 것도 순간의 재미일 뿐, 사실 재미가 없다.

혼자 여행을 가도 갈 때는 잘 모르지만 돌아올 때는 " 내가 여길 왜 왔나... " 싶을 때가 많다.

군대 포함 혼자 산 것도 꽤 오래됐기 때문에 하는 말이지만 혼자 사는 건 별로 재미가 없다라고 나는 판단했다.

 

 

 

 

조건 안 본다고 하면 믿지 않는 지인들.

 

세상 순박하게 보는 편은 아니지만 나는 결혼은 사랑이 가장 절대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배려를 하든, 동정을 하든, 공감을 하든 가장 중요한 건 관심이 있어야, 사랑이 있어야 그나마 가능한 감정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사랑하지도 않는 상대가 로또가 되든, 질환에 걸리든 그것이 나와는 무슨 상관일까.

사랑을 해야 기쁨도, 슬픔에도 공감을 할 수 있고 위기 상황에서도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기는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결혼은 해야 한다고 믿는 주의이다.

 

 

 

그래서 나는 딱히 조건이란 게 없다.

굳이 조건을 내건다면 착해야 하고 현명해야 한다는 정도? 성격, 사고방식이 나쁜 사람과는 살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인들은 믿지 않는다. 옛 말에도 외모 뜯어먹고 사는 것도 잘해야 3년이라고 했다.

예쁜 여성을 싫어할 남자는 없겠지만 걱정하면서 사느니 차라리 마음 편하게 사는 편을 택하고 싶다.

집은 가장 편해야 하는 공간이다. 집에 오기 싫다면 그것만큼 짜증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잘난 게 없으니 조건을 못 거는 것이지, 내가 착해서 그러는 건 아니다.

 

집에 오면 서로 반겨주고 맛있는 음식, 좋은 선물 받으면 가져다 주고 싶고...그게 사랑이고 결혼이지 뭐.

결혼이 무슨 인생, 신분의 상승장은 아니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