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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X파일

대한민국 엽기살인 ④ 힘없는 서민들만 죽였던 '지존파'사건

부자라고 해서 꼭 나쁜 짓을 일삼은 건 아닐 것이다. 또한 나쁜 짓을 했다고 해서 그것이 반사회적인 범죄가 아니라면 죽어야 할 행동도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엽기적 살인을 저지른 많은 살인자들이 있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동일하거나 매우 비슷했다.

모두 잘 사는 사람에 대한 증오심이 가득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실제 범죄의 희생양은 모두 힘없고 가난한 서민들이었다는 것이다.

 

 

지존파 두목 김기환, 그는 성범죄자였고 살인마였다.

 

 

1. 지존파 결성되다. - "부자들에게서 돈을 빼앗고 죽이겠다."

 

지존파.

아마 1990년대 초 초등학교를 다녔던 분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이름일 것이다. 한때 최악의 범죄 조직명이자 악의 무리 대명사로도 불리우던 이름이 지존파였다.

왜 <지존파>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쳤는지는 범죄 내용을 보면 잘 드러난다. 그들이 사람을 많이 죽여서? 아니다. 그들이 조직을 결성하고 검거 될 때까지 죽인 피해자는 5명 정도라고 한다.

그럼에도 그들이 왜 아직까지도 악명 높은 조직으로 화자되고 있는가 하면 그 이유는 바로 "인육을 먹었기 때문"이다.

 

 

지존파라는 명칭은 결성 당시 정해진 게 아니라 검거 후 붙여진 조직명이었다.

 

 

인육이라는 게 사실 처음있는 사건은 아니겠지만 당시 한국에서는 매우 보기 드문 케이스였다.

두목 김기환(당시 26), 강동은(21), 강문섭(20), 김현양(22), 문상록(23), 백병옥(20) 등 6명은 학력이 낮고 대부분 노동 현장을 전전하던 일용직 근로자들이었다. 이들은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뜻을 같이 했고 조직명을 ‘마스칸’(maskan, ‘야망’이라는 뜻의 헬라어)으로 정했다.

 

이들은 시범적으로 1993년 7월 충남 논산에서 집으로 귀가하던 23세 여성을 살해하기로 한다. 그리고 여성을 성폭행한 다음 목을 졸라 살해, 암매장한다.

본격적으로 그들은 행동강령까지 만들어 조직의 결속을 다졌다.

 

 

첫째. 부자를 납치해 돈을 뺴앗는다.

둘째. 납치한 자는 반드시 살해한다.

셋째. 10억을 모을 때까지 범행을 지속한다.

넷째. 배신자는 반드시 처단한다.

다섯째. 여자는 어머니도 믿지 말라.

 

 

하지만 어이없게도 이들은 추후 애인 관계였던 이경숙을 조직원으로 가담시키기도 한다.

 

 

 

전남 영광군 모처에 위치한 지존파 아지트, 일명 <살인공장>의 모습

 

 

2. 부자들에 대한 증오는 핑계, 사실상 힘없는 서민층만  살해한 범죄자 집단

 

지존파는 검거 된 직후 TV와 신문 등에서 연일 특보로 화자 될 정도로 전국민적 관심의 대상이었다. 전남 영광군 모처에 마련 된 그들의 아지트에서는 소각되다 만 유골, 피해자들의 흔적들이 발견됐다.

배신하려고 했다는 조직원 백병옥을 제외하고 그들에게 희생당한 사람들은 모두 서민계층이었다.

 

악독한 부자들에게서 돈을 갈취하고 죽인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들이 살해한 사람들은 잘 살아보려고 노력하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막말로 대한민국 연쇄살인자들 중 부자를 증오한다고 한 부류는 많았지만 고위층, 재벌을 타켓으로 한 범죄자들은 없다. 말로는 거창하지만 사실 연약하고 힘없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그 분풀이를 한 것이다.

 

그들은 아지트에 소각로를 만들어 시체를 태우고 구워 먹었다고 한다. 모두 증거 인멸을 우려한 계획이었다. 당시 인근 주민들은 툭하면 고기 굽는 냄새에 의문을 가졌지만 그 곳이 범죄자 소굴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현양, 그는 검거 후 회개를 했으며 이후 사형이 집행됐다고 한다.

 

 

3. 유일한 생존자 이씨, 김현양 면회를 가다

 

1994년 9월. 드라이브를 하던 남여를 납치한 지존파는 남성을 살해하고 여성 이씨는 범행 가담을 조건으로 살려준다. 그리고 이씨는 2회에 걸쳐 범행에 가담하게 됐다고 한다. 물론 그것은 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음은 당연했다. 또한 이씨는 살아난 대신 몇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도 한다.

 

며칠 뒤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사장 부부를 납치, 살해했고 이씨는 김현양과 시내로 나간 틈을 타 도주에 성공, 이를 경찰에 제보하면서 지존파의 실체가 드러나게 됐다.

 

 

유일한 생존자 이씨의 인터뷰 / 이미지 : JTBC

 

 

이씨의 말에 의하면 지존파 일당 중 그나마 인간적인 면을 보여준 이가 바로 김현양이었다. 그는 이씨를 죽이자는 의견이 있을 때도 이를 잘 커버해주었으며 실질적으로 이씨가 탈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준 인물이기도 했다. 물론 훗날 이씨가 김현양을 면회갔을 때 그 이유를 물어봤지만 그는 "그런 거 아니다. 죄송하다."라며 이씨를 꼭 살려줄 의도나 탈출하는 데 도움을 준 게 아님을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아마도 김현양은 이씨를 죽이지 못하고 탈출하게 도와준 어떤 이유가 있었을 듯 하다.

김현양은 다른 조직원들 함께 1995년 11월 2일 모두 사형이 집행됐다.

 

 

 

검거 된 지존파 일당들, 조직원들은 사형 / 이경숙은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4. 검거 후 종교에 귀의한 그들, 다음 생에는 건실한 삶을 살길

 

두목 김기환은 1994년 6월 지인의 조카 여중생을 강간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그리고 남은 일당들이 범죄 행각을 지속하다가 추석 연휴인 9월 19일 모두 검거됐다. 이후 김기환에게는 살인 혐의가 추가로 적용되었다.

살해당한 피해자들은 적었다고 볼 수 있지만 이씨가 탈출하지 못했다면 그들의 엽기적 범행은 지속되었을 수도 있다.

 

또한 계획적인데다 인육을 먹었다는 점, 그리고 살해 방법이 잔인하다는 점에서 이들이 사형을 피할 길은 없었다. 정부와 사법당국도 여론의 눈치를 본 덕분인지 서둘러서 사형을 선고했다.

김현양이 가장 먼저 천주교에 귀의했고 그의 영향으로 조직원들도 모두 천주교와 기독교에 귀의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이들은 사형 집행 후 시신을 모두 기증하겠다고 신청했지만 워낙 사형 집행이 빠르게 이루어져 절차를 밟지 못해 기증은 되지 못했다고 한다.

 

지존파 일당들이 안타깝거나 그들의 회개가 믿겨지는 건 아니지만 다음 생에는 건실한 삶을 살기를 바라며, 그들에게 희생당한 피해자 분들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