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이슈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 입교식. 신념은 평화가 있을 때 지킬 수 있는 것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 입교식이 있었다고 한다. / KBS

 

 

우리 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 된 국가이다. 종교 중에는 교리에 따라 국가나 어떤 권력 조직이나 집단, 심지어 가족에게도 해서는 안 될 행위가 명시 된 것들이 있다.

종전이라는 말이 나오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종전 협의가 되지 않은, 어쩌면 언제든 전쟁이 발발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병역, 국방의 의무는 매우 중요시 되는 국민 4대 의무 중 하나이다.

한국 전쟁 휴전 이후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적의 남성은 약 2년간의 군 복무 기간을 가져야 한다. 물론 신체적, 정신적으로 정상적인 사고나 생활이 어려운 사람은 면제나 그에 준하는 대체복무가 주어지지만 대다수의 남성은 "군 입대"를 당연시 받아들이는 게 현실이다.

 

과거에는 정치인, 재벌가 자녀, 연예인들은 편법을 쓰거나 해외 국적을 취득해 합법적(?)으로 병역을 기피했지만 2000년대 이후로는 엄격한 규정과 처벌로 인해 그런 움직임도 다소 줄어든 게 사실이다.

본인 역시 군대에 자원 입대해 군 복무를 했으며 군 복무 당시 여호와 증인들의 병역 거부를 종종 보았었다.

그들이 무엇을 믿는가에는 관심이 없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그들의 양심적 병역 거부가 이해되지 않고, 이기적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 그들이 말하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신념이나 종교의 자유 이전에 생각해야 할 문제

 

일단 그들의 종교를 폄하, 비방하거나 그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어디까지나 개인적 생각이며 종교 이전의 문제라는 걸 말하고 싶다. 흔히들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말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러면 현역이나 전역자들은 비양심이라는 것이냐?"라고 항변하지만 "양심적"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일상적인 의미와 다르다는 걸 먼저 알아야 한다.

 

흔히 양심은 최소한의 선한 마음, 인간이라면 최소한으로 가져야 할 마음 가짐을 의미한다.

하지만 병역거부에서의 양심은 그런 일상의 의미가 아닌 "종교적인 의미"에 있다. 쉽게 말해 자신이 믿는 종교의 교리에 비춰 어긋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그들이 말하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를 믿는 신앙 생활에 있어 믿음에 위배되지 않게 행동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병역 거부가 꼭 여호와에만 있는 건 아니지만 국내에서는 대부분 여호와의 증인을 믿는 분들이 병역 거부를 선언한다.

또한 헌재는 "법의 규율대로라면 처벌대상이 될 수 있지만, 그 처벌이 꼭 법적인 처벌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병역거부자들은 교도소 수감이 아닌 '대체복무'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

 

꼭 병역의 의무가 전투병과나 일선 야전의 임무 수행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대체복무는 이해할 수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법이 정한대로 이행하면 되는 것 아니냐?"라는 것에는 반대적 입장이다.

종교나 어떤 행위, 자유는 평화가 존재할 때 누릴 수 있는 권리이다. 만약 전시 상황이거나 지배 시기라면 경우에 따라 많은 행동의 제약, 종교의 제약이 걸릴 수 있다.

 

전 세계의 대다수 지도자들, 국민들은 평화를 원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각 나라들은 많은 예산을 들여 군대를 만들고 유지하며 무기나 첨단 미사일을 개발하는데 여념이 없다.

그리고 그러한 자국 안보적 행위는 "누구든 침략해오면 맞설 수 있게 하기 위해"가 아닌 "누구든 쳐들어올 생각을 할 수 없게"하기 위함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따라서 국내의 대다수 청년들은 사랑하는 가족, 자신의 학업이나 일 등을 잠시 내려두고 국가에 충성하며 나라와 민족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2년의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다.

그들도 총을 쏘거나 수류탄을 던지는 것이 두렵고 무서우며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또한 종교를 떠나 총기를 드는 것에 대해 싫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도 군 입대가 싫었다면 얼마든지 종교적 이유를 들어 대체복무로 대신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그 이유는 딱 하나. "난 그런 종교를 믿지 않았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다 의무를 회피하면 나라는 누가 지킬 것인가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우리 나라는 인간을 대신해 총을 들고 나가 싸울 T-800같은 터미네이터를 개발하지 못했다. 자신의 자유, 신념보다는 가족, 지인, 친구 그리고 이웃을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남성의 98%정도가 당연시 입대하는 국내 특성상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것 뿐이라고 본다.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 위해 의무를 저버리는 건 분명 잘못된 일이다. / KBS

 

 

| 대체복무는 처벌 대신 부여하는 임무 개념, 군입대를 한 다른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시길

 

물론 대체복무자들이라 해서 편한 생활을 하는 건 아니지만 그 곳에서의 생활이 적어도 군대보다는 낫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휴가나 모든 면에서 군대와 동일한 조건이 부여되고 합숙은 하지만 계급이 없는 동등한 생활일 것이며 적어도 군대만큼 훈련이나 귀찮게 하는 일들은 거의 없을 것이니 말이다.

 

대체복무자들 대신 빡쎈(?) 군복무를 대신 해줬으니 감사하라는 뜻이 아니다. 그들이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이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니 그에 감사하라는 의미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평화가 이뤄질 때 자유와 권리, 신념도 지켜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도둑질,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은 나쁜 행동이라 배웠고 지금도 그리 알고 있으며 그런 행위를 하면 법적인 처벌을 받는다. 따라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최소한 법규를 준수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만약 재난이나 위기 상황, 전쟁 상황이라 가정해보자.

당장 보급품도 없고 추위와 굶주림에 봉착하게 되면 과연 그때도 꼿꼿하게 "도덕과 윤리"를 떠들며 성인군자인 양 살아갈 수 있을까? 아마 대부분은 남의 것을 훔치거나 빼앗을 것이다. 그리고 "당장 살아야 하니까", "가족을 굶길 순 없으니까."라는 말로 정당화할 것이다. 

이처럼 일상이 영위될 때 자신의 신념이나 원칙을 지킬 수 있게 된다. 

 

태어나면서 종교가 정해진 것도 아니고 종교는 자신 스스로가 정하고 믿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때문에 국가가 정한 병역의 의무를 지키지 못하는 것이라면 적어도 미안해하는 마음은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교리를 좀 보니까 일반적으로는 좀 불편한 교리들도 꽤 있던데 그런 것들을 칼같이 지키면서 이러는지도 솔직히 궁금하다. 그냥 군대 문제만 그러는 게 아닌가 싶어서. 

 

아무튼 법이 정한 규칙대로 수행하게 됐다니 몸 건강히 잘 지내다 나오길 바랄 뿐이다. 현역이든 비현역이든 다치면 안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