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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세월이 흐를수록 빛이 나는 배우 - 정웅인

세월이 지날수록 빛이 나는 배우 '정웅인'

 

 

예나 지금이나 우연찮게 TV에 출연했다가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잘 찍어 연예계로 입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요즘처럼 대놓고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나 공개 오디션 형식의 프로그램이 많지 않던 과거에도 종종 뉴스나 인터뷰, 단역으로 얼굴을 내비쳤다가 운 좋게 연예인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정웅인은 그런 케이스가 아니긴 하지만 스타가 되기 어려운 연예계에서 비교적 쉽게 스타 대열에 합류한 연예인 중 한 명일 것이다. (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도 노력을 많이 했겠지만 )

 

1971년 1월생인 그는 우연히 연극반 활동을 하게 되면서 연기에 눈을 떴다고 한다. 당시 연예인들을 많이 배출한 명문 서울예전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1994년 연극배우로 첫 얼굴을 알렸다. 그리고 1997년 SBS <천일야화>에서 단역으로 TV에도 얼굴을 선보였다. 참고로 SBS는 당시 서울 방송이라는 이름으로 1990년에 개국했으며 초기에는 서울과 수도권에서만 시청이 가능했었다.

 

정웅인이 실제 이름을 알리기 전 잠깐 주목을 받을 뻔한 계기도 있었다. 1998년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To eaven'이라는 곡으로 정상에 오른 조성모의 MV에 출연했었는데 무려 이병헌의 친구 역이었다. 

 

 

1998년 To eaven 뮤직비디오에서 정웅인. 김하늘의 데뷔이기도 하다. / Mnet

 

 

당시 이병헌은 이미 <내일은 사랑>, <폴리스>, <아름다운 그녀>로 청춘 스타에 올라섰으며 당시 대표 미남 배우 중 한 명이었다. 조성모라는 신인 가수의 MV에 출연한다는 사실도 놀라웠던 때였다. 이때 배우 김하늘도 처음으로 얼굴을 알렸다. 노래 가사도 좋았지만 김하늘의 청순한 이미지가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아무튼 이병헌, 김하늘과 같이 서며 얼굴을 보였지만 워낙 유명한 청춘 스타와 청순한 이미지의 김하늘에 가려 큰 빛을 보진 못했었다.

 

 

 

개그맨인 줄...1999년 SBS <좋은 친구들>, 2000년 MBC <세 친구>로 인기를 얻다

 

오늘의 정웅인을 있게 만든 작품들. SBS 좋은 친구들 <흑과백>, MBC시트콤 <세 친구> 

 

 

정웅인이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SBS <좋은 친구들-흑과백>이라는 코너에서 박수홍과 나란히 출연한 그는 "감 잡았~어"라는 말을 유행어로 히트시키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180cm의 훤칠한 키와 잘 생긴 건 아니지만 코믹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단숨에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2000년에는 MBC 시트콤 <세 친구>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정신과 전문의 역을 맡으며 코믹 연기의 정점을 찍었다.

당시 코믹한 이미지의 윤다훈, 박상면과 함께 출연한 정웅인은 셋 중 가장 똑똑하지만 약간 허당끼있는 모습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1998년 드라마 <은실이>에서 깡패 춘식, 1999년 드라마 <국희>에서 사업가 김상훈 역을 잘 소화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아 신인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나름 성공적인 데뷔와 신인상까지 받았지만 배우 정웅인은 스타 대열에는 합류하지 못해 조금 의아하긴 했었다. 그 후 영화 <두사부일체>시리즈를 비롯해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다양한 연기활동을 선보였지만 크게 이름을 알리지는 못했었다.

 

 

 

띠동갑 미모의 아내와 결혼, 그리고 세 딸의 아버지

 

2006년 12세 연하의 이지인씨와 결혼, 이후 장녀 세윤, 소윤, 다윤 세 딸을 낳았다.

 

 

정웅인이라는 이름은 다들 알았지만 유명 스타까지는 아니였던 정웅인은 2005년 대학 동기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대구로 내려갔고 동기의 소개로 당시 경북대 퀸카였던 지금의 아내 이지인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첫 만남은 썩 좋지 않았고 이후 그 동기의 첫 돌잔치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이후 연인으로 발전, 2006년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 <아빠,어디가?>에 출연했던 세 딸 세윤,소윤,다윤을 낳았다.

 

여담으로 당시 재회하게 된 두 사람은 첫 술자리를 가졌고 이때 정웅인은 아내 이지인에게 "이거 마시면 우리 사귀는거다."라는 영화 <내 머릿 속의 지우개> 정우성 대사를 했고 이지인이 술잔을 원샷하면서 사귀게 됐다는 일화가 있다.

확실히 코믹한 이미지도 있지만 목소리나 표정, 그리고 외모에서 풍기는 진중함이 있기에 아내도 반한 게 아닐까 싶다.

 

 

 

연기력을 인정받다, 제2의 전성기를 놓치지 않고 잡은 정웅인

 

제2의 전성기를 놓치지 않고 잡아 진정한 명품 배우 반열에 오른 정웅인

 

 

<흑과백>, <세 친구>가 얼떨떨한 상태에서 찾아 온 기회였다면 2009년 드라마 <선덕여왕>은 다시 한번 배우 정웅인을 시험해 볼 수 있는 포인트였다고 본다. 미실(고현정)의 동생 미생 역을 맡은 정웅인은 특유의 표정으로 야비하고 간사한 배역을 제대로 선보였다고 할 수 있다. 선한 역할 보다는 악역에 더 재능이 있는 듯 했다.

 

이후 2013년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사이코패스 민준국 역을 훌륭하게 연기해 다시금 화제를 모았고 이듬해 드라마 스페셜 <피노키오>에서 다시 한번 민준국 역을 선보이며 확실히 제2 전성기를 만들었다.

또한 MBC 예능 <아빠 어디가>에서 장녀 세윤과 동반 출연하며 국민 배우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이름은 잘 알지만 또 잘 모르겠던 배우 정웅인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계기였다.

 

2015년 1,300만 흥행작 <베테랑>에서 짧지만 영화의 이야기를 연결하는 비중있는 트럭기사 배철웅을 연기했고 2017년 TVN 드라마 <슬기로운 깜빵생활>에서 츤데레 교도관 팽세윤 부장 역을 맡아 대중적 사랑을 받았다.

정웅인이 지금까지 했던 배역을 보면 정말 선과 악을 교묘히 넘나들며 그 나름대로의 패턴을 지니고 있다.

무표정이거나 사악함이 있는 반면 웃을 때는 또 한없이 선량한 모습이 참 보기 좋은 배우이다.

 

 

끝까지 멋진 배우가 되길

 

 

| 딱 이거다 싶은 인생작은 없지만 계속 보고 싶은 배우

 

정웅인하면 다들 저마다의 작품명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정웅인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공통작은 없다.

<좋은 친구들-흑과백>이나 <세 친구>가 그나마 가까운 작품 대열에 손꼽히겠지만 따지고 보면 제대로 된 연기를 보여 준 작품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원빈하면 '아저씨'를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또 가만히 보면 대부분 그가 맡은 배역과 작품들이 하나같이 깊이가 있다고 할 수 있으니 참 애매한 배우인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그의 작품 중 <슬기로운 깜빵생활>이 단연 최고라도 생각하지만 말이다.

 

정웅인은 현재 SBS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에서 대검 부부장 검사 장윤석을 연기하고 있다.

이 배역 역시 참 대단한 게 그 동안 정웅인이 선보였던 선과 악의 중간, 조금 더 정확히 본다면 약간 더 악으로 치우친 역할이라는 점이다. 간사하지만 또 어느 정도 인간적인 면을 갖춘 그런 역이기에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역시 정웅인...세월이 갈수록 빛이 나는 배우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