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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조두순 오늘 출소. 그의 출소에 대해

12일 오전 6시 45분쯤 조두순이 보호감찰소를 나옴으로써 출소를 했다. / YTN

 

 

말 많았던 희대의 성범죄자 조두순이 12일 오전 6시 45분경 출소를 했다. 그의 출소를 맞아 여러 시민단체와 언론사 기자, 그리고 유튜버들이 모여 열띤 취재 경쟁을 벌이기도 했고 일부 성난 시민들은 그가 탑승 할 차량에 올라가기도 했다.

12년. 아마 조두순은 12년 동안 오늘만을 기다렸을 것이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오늘 조두순이 나오지 않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조두순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마 대한민국 내에서 극히 극소수일 것이라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당신 딸이라면~", "네 조카라면~", "네 손녀라면~"이라는 비유를 많이 거론하며 조두순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데 솔직히 나는 그런 말을 싫어한다. 정말 내 가족에게 저런 짓을 했다면 나는 법적 처벌을 감수하고 조두순을 용서하지 않았을테니 말이다. 그의 출소에 분노하고 그의 죄 이력에 분노하는 분들이라면 온라인상에서, 괜히 기관이나 보호 인력에 비난만 퍼붓지 말고 실제로 찾아가서 자신의 분노가 어느 정도 인지 보여주길 바란다.

 

죄를 지은 사람은 법이 정한 처벌을 받고 출소를 한다. 그것에 대해 감정을 이입하고 개입할 필요는 없다.

누구는 선량하고 강도가 덜하니 동정하고 누구는 싫으니 엄벌하고 같은 논리는 옳지 않다고 본다. 지금 이 순간 가장 불안하고 짜증나고 분노할 사람은 2008년 피해를 입은 O씨와 그의 가족들일 것이고 조두순과 함께 살아야 하는 동네 주민 분들일 것이다. 그 분들도 짜증과 분노를 표출하지 않고 있는데 굳이 제 3자들이 마치 정의 사회 구현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인양 그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분명 이 글을 보는 누군가는 아마 이 글이 불편할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은 조두순을 두둔하거나 그의 심경도 이해해 달라거나 하는 취지의 글이 아니다.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을 것이라면 그냥 짜증나는 것을 댓글로 "아~결국 기어 나왔네."라며 달면 그만이지, 실천도 하지 않을 이야기를 거론하며 그럴 필요는 없다는 글이다.

그런 반응들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고 위로도 되지 않으니 말이다.

 

 

 

 

 

| 보호관찰 행정절차 신고 마치고 새 주거지로 이동한 조두순, 앞으로 그는 어떻게 살게 되는가

 

조두순은 일단 앞으로 24시간 밀착 감시를 받게 된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7년간 전자발찌를 착용해야 하고 성범죄자 E-알리미에도 신상이 공개된다. 전담 감시요원이 배정되었고 그의 집 바로 5m 위치에 방범 초소가 설치됐다고 한다.

따라서 입구에서 그의 모습이 포착이 되면 아마 경찰이 그의 행동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 한다. 또한 그의 집을 반경으로 각종 CCTV, 방범벨, 시민안전 지키미 등이 신설, 보강되었다고 한다.

 

안산시와 경찰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 순찰 인력을 강화하고 조두순에게 "일일생활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한다. 따라서 조두순은 매일 매일 무엇을 하고 몇 시에 어디를 갈 예정인지에 대한 내용을 매일 기록해야 하고 이를 주 1회 제출하여야 한다고 한다. 또한 집과 미리 보고 된 장소 등을 제외하고 특정 지역이나 장소에서 20분간 머무를 경우 경찰이 출동한다고 한다.

 

조두순은 이미 12년이라는 법이 지정한 법적 처벌을 받았기에 그를 다시 교도소에 가둘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따라서 경찰은 "창살없는 감옥"과 다를 바 없는 밀착 감시와 자율 제한을 통해 그를 사실상 보호수용과 같은 형태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조두순은 오늘 나오면서 처음으로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지금까지 그는 한번도 피해자나 대다수의 국민들이 받았을 충격과 분노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없었다고 하는데, 오늘은 "천인공노 할 짓을 저질렀다.", "피해자에게도 사과의 뜻을 전하고 싶다."라는 말을 했다고 언론들이 전했다.

아무래도 사회에 나오니 불안하긴 한 모양이다. 아무리 경찰과 감시 요원이 붙는다고 해도 어쨋든 사회의 구성원으로 사는 이상 지역 주민들과 마주치지 않을 수는 없다. 

 

슈퍼에 가더라도, 또는 볼 일이 있어 주민센터에 가더라도 길에서, 공간에서 시민들과 마주할 수 밖에는 없을 것이고 당연히 자신을 향한 비난과 욕설을 마주할 수 밖에는 없다. 법이 정한 처벌을 끝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 그의 출소가 달갑진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일,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

 

내게도 초등학생 조카가 있다. 만약 누군가에게 내 조카가 그런 일을 당한다면, 아니 꼭 그런 일이 아니더라도 어떤 피해나 상처를 받게 된다면 나는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절대로 용서할 마음이 없다.

그만큼 조두순이 한 일은 단순히 술에 취해, 혹은 순간적인 욕정에 눈이 뒤집혀 한 일이라고 넘기기엔 너무나 상처와 고통이 크다. 당시 피해자 O양 (지금은 성인이 됐으니 O씨이다.)은 육체적 상처 뿐 아니라 평생 불편한 장비를 달고 살아야 하는 장애를 입었다.

 

육체적인 상처만도 평생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 큰 일이지만 그래도 그 뿐이라면 사람마다, 혹은 정말 심리 치료를 잘 받아 극복하고 잊고 잘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는 매일 그것을 보면서 그 때의 일을 떠올릴 것이고 때론 불편함에, 남들처럼 당당히 드러내놓고 살 수 없음에 또 한번 상처와 고통을 받으며 살아갈 것이다.

 

그 어떤 위로와 동정도 그녀의 상처와 고통을 보듬어 줄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따라서 "잘 알아서 살겠지."라는 마음이 아니라 섣부른 동정이나 위로를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나는 그 어떤 비용이나 무엇도 해줄 수 없으니까.

다만 앞으로 이번 사건같은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범죄는 불필요하지만 불가피한 성질의 일일 것이다. 그래도 사람이 잘못하지 않는 한 마음 편히 살아야 하는 게 아닐까.

성별을 떠나 외모가 출중해 불안하고 돈이 많아 불안하다면 그건 잘못 된 것이다.

 

아마 조두순이라는 이름은 이제 몇 개월 후면 더 이상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지 않을 것이다. 간간히 인터넷상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시는 "또 조두순 결국..."이란 제목의 기사가 없길 바랄 뿐이다.

평생 자신으로 인해 고통받을 피해자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길. 적어도 인간이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