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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무료급식 '벤츠모녀', 배고프다고 들려서 밥 먹는 곳은 아니잖아.

경기도 성남 무료급식소 '안나의 집'을 운영 중인 김하종 신부님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무료급식소 '안나의 집'. 이 곳은 1990년대 이탈리아에서 한국에 온 빈첸시오 보르도씨가 세운 노숙인 전문 쉼터이다. 이 곳에서 급식, 일자리, 휴식공간을 제공받을 수 있다.

빈첸시오 보르도라는 이름은 김하종 신부님의 본래 이름이고 지금의 한국명은 조선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의 성을 본 따 만든 이름이라고 한다.

 

김하종 신부님은 지난 12일 하나의 글을 SNS 올렸다.글에는 " 횐색의 고급차(벤츠)가 성당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할머님과 아주머니가 내리고는 태연히 노숙인들 틈으로 끼어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본 신부님이 그 분들에게 다가가 곤란함을 표시했다고 한다.무료급식은 생각보다 그 양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자율 배식이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양의 완급 조절이 가능하지 않고 대부분 후원이나 자원봉사자들의 사비를 모아 충당하기 때문에 많은 양을 만들 수 없다.따라서 정말 생계가 어렵거나 돌봐 줄 가족이 없어 식사를 할 수 없는 분들을 위해 마련 된 것이 바로 무료급식소이다.

 

 

 

김하종 신부님의 SNS 글 모습, 벤츠 모녀와 제공 된 식단의 모습

 

 

하지만 벤츠를 타고 온 두 분은 오히려 당당했다고 한다. 아주머니는 되려 " 이 분은 제 어머니시고 여기가 공짜 밥 주는 곳이잖아요? 왜 막으세요?"라며 짜증을 냈다고 한다. 이에 신부님이 "여긴 노숙인 분들을 위한 곳입니다."라며 급식소의 존재 이유와 원칙을 설명했지만 아주머니는 기어코 급식을 받아갔다고 한다.

나는 이 기사를 보며 "우리나라 사회가 봉사나 무료급식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후진적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앞서 말했듯 나는 여러 봉사활동을 했었고 하고 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각 시설들이 봉사 활동을 중단하고 있기에 활동을 멈춘 상태이지만 보육원, 반찬봉사, 중증 장애 아동 돌봄 등 여러 봉사를 하다 보면 정말 황당한 일들과 직면할 수 있고 또 "봉사"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다.

 

 

 

| 무료 급식 "어려운 이웃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지, 배고프면 들려서 식사하라고 마련 된 곳이 아니다 

 

우리는 듣기 좋고 보기 아름다운 말로 봉사나 후원을 "나눔" 또는 "희망을 나눠주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제공이든 나눔이든 봉사는 그 취지와 의미가 숭고한 것이다.

벤츠 모녀가 저 도시락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완고해서가 절대 아니다. 막으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지만 막지 않은 것이다. 만약 저 상황에서 김하종 신부님이 "당신들은 노숙인이 아니니까 받을 수 없소. 당장 나가시오."라고 완강하게 주장했다면 과연 어땠을까?

 

아마 저 곳에 온 수 많은 노숙인 분들은 눈치를 보게 될 것이고 혹은 "누굴 거지로 아냐? 이깟 밥 좀 준다고 무시하지 말라"라고 항의했을 수도 있다. 무료 급식은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 이웃에게 최소한의 희망이든 그것이 식사이든 아무튼 나눠드리는 것이다. 배고프다고 내려서 밥먹고 가는 곳은 적어도 절대 아니라는 게 확실하다.

 

원래 나이드신 분 드시라고 만든거고 나도 나이 들었으니 먹어도 되는 것 아니냐고 물을 수는 있겠지만 구형이든, 신형이든 외제차 몰고 와 무료 급식을 받아간다는 건 솔직히 말해 근검절약도 아니고 현명한 사회 생활도 아니다.

차라리 걸어서 왔더라면 적어도 신부님이 저렇게까지 제지는 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도시락을 후원하지는 못할 망정 "공짜밥인데 왜 그러냐?"라는 저런 무개념적인 태도는 대체 어디서 배운 것일까.

한 마디로 "이런 거지들이 어떤 공짜밥을 먹는지 어디 구경 좀 해 봅시다."와 무엇이 다를까.

 

 

 

연예인들의 무료급식 자원 봉사 활동 모습. 고준희, 진세연씨

 

 

나눔을 당연히 받아들이고 그것이 권리라고 생각하는 것. 어쩌면 이게 지금 우리 나라 봉사 활동의 현 주소일지도 모르겠다. 틀린 생각은 아니겠지만 그런 인식이 강할수록 더더욱 봉사와 후원, 기부는 없을 지도 모른다.

봉사를 하려고 할 때는 절대 "나한테 고마워하겠지?"라는 생각을 버려야 하는 게 맞다. 스스로 의지로 봉사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반면 시설이나 기관, 그리고 봉사를 받는 입장이라면 고마움은 가져야 한다.

일방적인 나눔과 실천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결국 봉사도 사랑인 것이다. 짝사랑이 오래가지 못하듯...봉사도 서로 정을 느낄 때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