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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차없는 단지 아파트 갑질, 자신들의 만족만 생각하는 집단 이기주의

최근 안전을 이유로 한 차 없는 단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여러 문제를 파생시키고 있다.

 

 

"아이들이 마음껏, 보행자가 마음껏 활보할 수 있는 단지를 만들겠다."
차량 통행이 없는 아파트 단지를 만들겠다는 건설사들, 그리고 입주민들의 이야기이다. 최근 민식이법 등 어린이들과의 차량 사고가 빈번해지고 있어 속도 제한, 스클존, 법규 개선 등 여러 가지 방안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뚜렷한 개선 효과는 아직도 멀기만 하다. 이런 일환 중 하나가 바로 차 없는 단지이다.

 

차 없는 단지라고 해서 특별히 아파트 단지 규모나 구도, 배치가 다른 것은 아니다. 단지 차량은 모두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되게 설계되어 있고 단지 내 지상 위는 보행자만 이동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좋은(?) 취지만큼 제도나 인식은 따라가지 못한다는 데 있다.

 

3년 전 택배갑질 논란으로 화제가 됐던 남양주의 O아파트 때도 그랬지만 최근 고덕동의 O아파트 단지 역시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출입을 제한하면서 택배기사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지하주차장 높이는 개선도 하지 않고 취지만 앞세운 차 없는 단지. 불편은 택배사와 주민들의 몫

 

일반 택배 차량과 택배 저상차의 차이, 쿠팡의 택배 차량 모습

 

 

택배차량은 일반적으로 1톤, 1.2톤 트럭을 많이 활용한다. 따라서 차량의 높이만 해도 2M가 훌쩍 넘어간다.

일반 택배 차량의 탑차 높이만 1.8M로 보통 성인이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물건을 적재할 수 있다. 차량의 기본 높이를 합산하면 현재 지하주차장의 층고인 2.3M를 넘는다.

 

이러다보니 차 없는 단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지하주차장 진입로의 높이를 3M정도로 높여야만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파트 지하 출입로는 2.3M가 대부분이다. 일반 택배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높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생긴 것이 저상차량이다. 하지만 이 차량의 단점이 훨씬 크다.

 

기본적인 적재량이 일반 택배차량과 비교, 절반도 되지 않기 때문에 저상차를 구입할 경우 물건을 적재할 수 있는 양이 현저히 떨어진다. 택배사나 기사의 입장에서는 손해가 더 큰 이유다.

하루 배송량이 정해져있는만큼 저상차로 바꾸는데 드는 비용은 둘째치더라도 물류센터에 2~3회는 더 왔다 갔다 해야 하는 번거로움, 교통체증, 유류비가 더 드는 것이다. 지금의 차량으로도 물건을 다 소화하지 못해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저상차를 채택할 경우 회사나 기사들이 부담해야 할 시간적, 기회비용은 증가되는 것이다.

또한 이런 비용의 증가는 고스란히 고객들에게 전가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최근 강동구 고덕동의 O아파트 단지도 차 없는 단지를 구현한다며 택배 차량의 진입을 봉쇄하고 나섰다.

입주자들은 "차 없는 단지라고 해서 입주했다."라며 지금의 문제에 있어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또한 "단지 내 차량이 빈번하게 출입하면 아이들이 위험하다."라는 이유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고덕동의 O아파트 단지의 택배 갑질 모습, 현재 입주민들은 "왜 우리가..."라며 불편을 호소하는가 하면, "배불렀다."라며 기사들을 조롱하고 있다.

 

 

"그런 건 모르겠고 왜 집 앞까지 안 갖다줘?, 물건 파손되면 책임질거냐?", " 배불렀다." 조롱

 

하지만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말 아이들을 위한 배려이며 조치일까.

물론 차량의 출입이 줄어든다면 그만큼 사고의 위험율은 낮아질 것이다. 다만 그렇다면 그와 더불어 입주민들의 불편도 올라갈 수 밖에는 없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택배일 것이다.

택배는 건당 수수료가 수입이기 때문에 물건 배송량과 함께 시간이 생명이다. 택배기사들이 식사시간까지 줄여가며 배송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

 

차량이 단지 내로 진입하지 못한다면 아파트 단지 입구에 차를 세워야 하고 수레에 물건을 싣고 배송을 해야 한다.

문제는 단지 입구에 택배 차량이 충분히 세워질 수 있는 공간도 공간이지만 수레에 실을 수 있는 물건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기사들 입장에서는 단지 하나만 배송한다고 해도 시간이 2~3배로 들 수 밖에 없다.

또한 물건의 중량이나 부피가 클 경우에는 차량까지 오고 가야 할 횟수도 증가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기사들은 "어쩔 수 없다. 입구에 쌓아놓을테니 찾아가셔야 한다."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당연히 택배 수령을 해야 하는 입주자들은 단지 입구까지 나와 자신의 물건을 찾아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동반된다.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왜 우리가 이런 고생을 해야 하나"라며 원성을 자아내고 있다고 한다. 택배 비용을 지급한만큼 고생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일부 주민들은 "그래봐야 택배사만 불리한 것 아닌가. 배부른 멍청이"라며 기사들을 조롱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이런 식의 배송이라면 기사들은 더 좋을 것이다. 그만큼 오고 가야 할 시간을 벌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1~2시간을 벌 수 있고 일이 빨리 끝나면 휴식이 보장되는 것이다.

또한 주문자들은 해당 택배를 피해 물품을 결제해야 하므로 일일히 어느 택배사가 배송하는지 확인을 해야 하고 해당 택배일 경우 해당 가격, 해당 제품을 제공하는 쇼핑몰, 사이트를 찾아야 하는 수고까지 더해진다.

해결이 지연되면 될수록 고생하는 건 택배를 주문하는 고객이지, 기사들이 아니라는 말이다.

 

또한 해당 아파트 단지에 배송하지 않는다 해서 기사들의 물량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므로 수익적인 면에서도 큰 불이익은 없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따라서 배부른 멍청이는 기사들이 아닌 그 발언을 한 입주자라고 생각한다.

 

차 없는 단지, 보행자의 안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자신들 단지의 안전을 보장받고 편의를 제공받자고 다른 지역, 다른 고객들은 불편해도 된다는 식의 이기주의는 곤란하다고 본다. 고덕동 해당 아파트 단지 입주자들이 인터넷상에서 비난받는 이유가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