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거기어때?

광릉 (사적 제197호) | 세조 임금의 릉을 보고 오다. '광릉에 가다'

광릉 가는 길은 수목원 때문인지 수풀림이 잘 조성되어 있어 좋다. 왕릉이 있고 동물 보호 차원에서 30km의 속도제한이 적용된다.

 

 

광릉하면 대부분 수목원을 연상한다. 물론 광릉이 이 곳에 존재한다는 것도 모르는 분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종종 지나쳤지만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광릉을 한번 다녀와봤다. 수목원과 인접해 있어서인지 가는 길은 수풀림으로 가득하다. 창문을 열고 자연이 주는 내음을 맡으면서 가는 것도 나름의 묘미이나 너무 더워 창문을 내리지는 않았다.

 

왕릉이 있는데다 수목원이 있어 동물 보호 차원에서인지 속도는 30km이며 대부분의 차량들이 이를 준수했지만 일부 운전도 못하면서 개념도 없는 분들은 얼른 좀 가라는 듯 꼬리물기를 시전하고 있었다. ( 좀 지킬 건 지킵시다. ) 

 

 

금요일이지만 주차장에 제법 차량이 많았다. 하지만 광릉을 보러 온 사람들이 아니였다.

 

 

주차장은 아스팔트로 포장 된 곳이 아닌 자잘한 자갈의 흙바닥이었다. 대략 50대 정도 주차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이며 금요일 오후임에도 그늘진 곳엔 제법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예전에는 주차요금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무료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광릉을 보러온 차들은 아닌 듯.

남양주 시민이면 50% 할인이지만 의정부 시민인 나는 성인 요금 1,000원을 지불했다.

 

 

입구를 들어서면 문화관, 화장실, 편의 시설이 보인다.

 

 

화장실, 휠체어, 유모차 등 편의시설 

 

매표소를 지나면 화장실, 문화관이 보이고 그 옆으로 에어샤워부스와 휠체어, 유모차를 대여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보인다. 화장실은 제법 깔끔했지만 코로나19로 관람객들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깨끗한 느낌은 없었다. 깔끔하지만 청소는 잘 안한 느낌이랄까, 어쩌면 조명 탓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가장 먼저 있는 것이 재실이다.

 

 

세조, 성종 때 축조 된 이 곳. 하지만 옛 느낌은 거의 없는...

 

광릉은 세조 14년과 성종 14년에 축조 됐다고 한다. 나름 1400년대 중후반이니 오래 된 곳임은 틀림이 없음에도 왠지 건물 자체는 그리 옛 건물같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확실히 왕릉이여서 그런지 다른 곳에서 본 재실과는 그 크기는 달랐다. 옛날 사람들은 이 곳을 관리하면서 무슨 생각과 하루종일 무엇을 했을까.

내부를 보고 싶었지만 닫혀있어 아쉬웠다. 창호에 구멍을 내면 안되니까 보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둘러보다 나왔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기념비와 하마비가 있다.

 

 

광릉, 유네스코 문화유산 그리고 하마비가 있는 유일한 곳

 

광릉의 면적은 무려 249만 4,800제곱미터, 평수로 환산하면 약 75만평에 이른다. 아무리 왕릉이라고는 하나 좁아터진 나라에서 참 대단한 규모이다. 광릉은 왕릉이라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는데다 일제 강점기에도 삼림을 연구한다는 명목으로 보호 지역이었다 하니 훼손이 되지 않은 지역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길목 곳곳에 동물보호 팻말이 표시되어 있었다. 고라니나 노루, 뱀, 멧돼지 등이 나타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것과 함부로 숲에 들어가지 말라고 되어 있다.

 

보호구역답게 식물 865종, 곤충 3,925종, 조류 175종 등 모두 5,710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천연기념물 11호이자 국내에만 존재한다는 크낙새도 있다고 하니 더욱 더 조심히 관람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재실을 나와 릉으로 향하는 길목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을 알리는 비와 하마비가 있다. 하마비는 궁궐, 종묘 등 입구에 설치한 석비로 "대소인을 가리지 않고 이 곳부터는 모두 말에서 내려 들어가야 한다."는 일종의 주의 안내문이다.

임금조차도 이 곳에서는 가마나 말에서 내려야 한다고 한다.

 

 

왕릉으로 가는 길은 넓고 쾌적하다. 숲길은 이동이 불가능했다.

 

 

찌는듯한 폭염이지만 숲길을 걸으니 나름 쾌적한 기분이 든다. 사람이 거의 없었기에 살짝 마스크를 내려 삼림이 주는 깨끗한 공기를 마셔보았다. 더워서 그런지 막 시원한 느낌은 없었지만 모처럼 도심을 벗어나 맡는 자연의 향기는 제법 괜찮았다. 서울 근교에서 이런 환경을 갖춘 곳이 얼마나 있으랴. 집에서 20분 거리라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

 

 

홍살문을 지나면 보이는 정자작, 그리고 두 개의 릉이 보인다.

 

 

하마비에서 약 300m 정도 걷다 보면 홍살문이 보이고 정면에 정자각이 있다.

조선 임금 최초로 동원이강 형태의 릉을 갖춘 곳이 광릉이라 한다. 명종의 릉도 이런 형국이지만 최초는 세조이다.

 

 

좌측이 세조의 릉이고 우측이 정희왕후 윤씨의 릉이다.

 

 

동원이강 형태의 왕릉, 멀리서만 볼 수 있다

 

정자각을 기준으로 좌측으로 세조의 릉인 광릉이, 우측으로는 정희왕후 윤씨의 릉이 있다.

오는 길목에 보인 숲길을 통해 왕릉 가까이 가볼 수 있는 듯 하나 현재는 통제를 하고 있어 멀리서 볼 수 밖에 없다.

 

 

과거에는 이렇게 숲이 많았다는데 지금은 가운데가 민등이다. 왜일까.

 

 

언제인지 모르나 과거에는 이렇게 정자각 중앙에 수풀이 우거진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지금은 민등 형태로 벌판이다.

아마 인위적으로 베어버린 듯 한데 왜 그랬는지는 의문이다. 나무가 고사했을 수도 있고 자연재해로 어쩔 수 없이 벌목했을 수도 있겠지만 상당히 안타깝다. 그래도 왕릉이니 말이다.

 

 

들어갈 수 없어 멀리서 촬영했다.
좌측이 수라청, 우측이 릉을 지키는 병사들의 공간이라고 한다.

 

 

정자각을 좌우로 제사 음식을 만들던 수라청이나 릉을 지키는 병사들이 머물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릉을 지키고 있다가 임금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헐레벌떡 뛰어나올 병사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군대와 비슷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광릉의 면적은 매우 넓지만 사실 이동할 수 있는 곳은 매우 협소하다 보니 딱히 볼 게 없다.

 

 

 

조선의 7대 임금 세조의 무덤 '광릉'이었다.

 

 

| 굳이 돈 내고 입장 할 가치는 사실 없어 보이는 '광릉'

 

왕릉이고 또 세계적으로 보호해야 할 문화 유산이므로 잘 보존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제대로 볼 수 없는 관람 규정은 사실 불만족스럽다. 1,000원 밖에 안하는 비용이긴 하지만 굳이 돈을 내고 들어와야 할 정도인가 싶은 마음도 든다.

수목원을 이용하고 나오는 길에 잠시 들러 보는 정도라면 모를까.

 

모처럼 수풀 속을 걸으니 좋기도 하지만 굳이 여기를 올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던 광릉이었다.

수목원에 들렀다가 자녀들 교육을 위해 들르는 건 좋겠지만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들이 없으므로 그냥 사진으로 검색해서 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