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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호날두 결장 논란, 욕심이 부른 희대의 해프닝

지난 26일 금요일,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 이벤트가 예정돼 있었다. / 출처: 네이버 블로그 '모두의 마그넷'

 

 

이탈이라 세리에 A의 명문 프로축구단 '유벤투스'의 내한 친선 경기는 유럽 축구 리그를 좋아하는 국내 팬들에게 즐거운 이벤트였다.

더욱이 세계적인 톱 클래스의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속한 팀이자 그의 경기를 눈 앞에 볼 수 있는 기회는 거의 드물기 때문이다. 팬 사인회는 물론 축구 경기까지 즐길 수 있다는 말에 축구 팬들은 흥분하기 시작했고 프리미엄 존을 포함한 전 좌석이 매진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미 작년에도 방한 계획이 있었지만 돌연 취소됐던 호날두였기에 팬들의 기대는 더욱 증폭됐다.

 

 

| 팬 사인회 불참, 시작되는 불행

 

한국팬들이 유벤투스를 기다리는 동안 유벤투스는 중국에 있었다. 중국 일정을 소화하던 유벤투스는 스폰서쉽 규정상 아시아 1개국과의 친선 경기 일정이 필요해졌고 마침 더 페스타라는 한국의 영세 기획사와 접촉을 했다.

유벤투스는 호날두의 출장, 팬 사인회 등 전반적인 내용에 동의를 했고 더 페스타로서는 기막힌 타이밍이자 기회였을 것이다. 곧바로 더 페스타는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 찾아가 이번 이벤트에 대해 제안을 했지만 연맹은 "계약서를 가지고 와야 이야기가 가능하다."라며 되돌려보냈다.

 

 

"언제쯤 오려나?" 호날두를 기다리는 팬들 / 출처: 인터풋볼

 

 

이에 더 페스타는 다시 유벤투스와 만나 이를 논의했고 유벤투스 관계자가 직접 증명한다는 확인까지 나오고서야 연맹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애초 유벤투스와 더 페스타는 K리그팀과의 경기를 27일 또는 28일로 생각을 했다. 이미 중국에서의 힘든 일정을 소화한 탓에 아무리 친선전이라 해도 유벤투스에게도 무리한 일정은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맹 측은 "K리그 일정을 조정할 수는 없다. 26일 외에는 불가하다."라며 26일에 하길 요청했다.

물론 금전적 이득과 마케팅 효과를 함께 볼 수 있는 유벤투스는 이 제안이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이겨도 그만이고 져도 그만인 이벤트로 봤을 수도 있다. 어차피 한국 팬들이 원하는 것은 호날두의 경기 장면이고 팬 미팅이었으니 말이다.

 

더 페스타는 입장이 조금 달랐을 것이다. 직원 수 총 5명에 불과한 영세 업체로서는 이번 기회가 중요했을 것이다.

마침 유벤투스가 중국에서 일정을 소화 중이었기에 망정이지, 이탈리아에서 불러들이려면 시간과 비용 면에서도 큰 부담이니 말이다.

더 페스타의 로빈 장 대표는 "호날두 45분 경기 출장, 팬 미팅 참여" 등을 골자로 한 계약 내용을 고수하며 이 제안을 받았다.

 

 

더 페스타의 공식 입장문과 대표 로빈 장

 

 

사실 이 친선 경기만 잘 치뤄지면 더 페스타로서는 단번에 인지도를 쌓을 수 있고 회사를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

유벤투스는 이 골자에 OK사인을 보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들은 "대충 시늉만 해도 되지."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어느 팀이 이기는 건 중요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팬 미팅에 나와 사인하고 인삿말 좀 전하고 사진 몇 방 찍어주고 경기 45분만 그라운드에서 누벼주면 되는 아주 간단한 문제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들은 "호날두"가 어떤 선수인지를 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팀 소속의 선수라지만 호날두 정도의 선수가 되면 팀 내 영향력이 꽤 있을 것이다. 또한 전 세계 축구팬들의 성원과 지지도 그의 영향력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동력이 될 것임은 분명했다. 비록 30대 중반의 이제는 쇠퇴해가는 스타라 해도 호날두는 아직 한 방이 있는 세계적인 스타급 플레이어임을 잊었으면 안되는 것이었다.

 

호날두는 사실 이번 방한에서 한국행을 먼저 권했을 정도로 한국에 오고 싶어했다고 알려졌다. 이미 작년 한 차례 좌절 된 내한이었는데다 한때 그와 같이 경기를 뛰었던 동료 박지성의 나라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문제는 구단 측이 호날두와 내한 일정에 대해 조금도 상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미 중국에서의 일정으로 녹초가 된 호날두는 한국에 오기 전부터 강한 불만을 제기해 왔다고 알려졌다. 풀 타임 경기 소화는 물론 연장된 팬 미팅 행사까지...아무리 팬들 사랑이 남다른 그라지만 그는 분노할수 밖에 없었다.

 

 

| 비행기의 연착, 주말의 교통 체증...더 페스타의 욕심이 낳은 참사

 

팬 미팅은 26일 오후 3시~4시 사이에 열리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따라서 더 페스타는 오전부터 유벤투스의 비행기 탑승 및 출발에 대해 체크를 하고 있었어야 했다. 시간이 지연되면서 더 페스타는 결국 "비행기 지연으로 늦어진데다 호날두 선수가 컨디션 조절을 이유로 불참 선언했다. 죄송하다."라며 뒤늦은 대처를 하기 시작했다. 차라리 이를 먼저 알리고 유벤투스와 별도의 자리를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했어야 옳았다.

 

하지만 또 팬들은 "호날두 경기만 본다면 뭐..."라며 쿨하게 이를 받아들였다.

물론 더 페스타는 계약상의 내용을 맹신했을 것이다. 경기만 제대로 치뤄진다면 아무 문제없을 것이라 여겼을 것이다.

 

 

경기 내내 벤치에서 관람 중인 호날두 선수

 

 

이미 열이 받을대로 받은 호날두는 완고했다. 소속 구단이라는 이유로 마음대로 일정을 짜고 진행하는 구단에 불만과 원망이 가득했을 것이다. 그는 경기 출전 거부를 했고 구단은 이를 묵인했다. 그리고 이 사실은 후반전 10분이 지나서야 더 페스타 측에 전달됐다.

로빈 장 대표는 "그를 출전 시키기 위해 애원과 계약 이행을 촉구했다."라며 억울함을 비쳤지만 사실 이는 준비 부족과 기획 단계에서 충분히 협의를 하지 못한 주최사의 과실로 봐야 옳다.

 

결국 화가 난 호날두는 경기 종료 후 인터뷰도 거절하고 돌아갔고 팬들은 시간과 돈을 날린 최악의 금요일을 보내야만 했다.

자연 그 분노는 호날두에게 집중 포격됐다. 호날두 형에서 돌연 날강두로 별명이 변경되고 그의 과거 행적까지 거론하며 그의 인성을 비난했다. 더 페스타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우리도 피해자"라며 "계약 위반에 대한 청구를 하겠다."라고만 밝혔다.

논란이 거세지자 더 페스타와 연맹 측은 사과글을 올렸다.

 

 


팬들의 마음을 무시한 호날두도 잘못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구단과 주최사, 그리고 연맹의 욕심이 부른 해프닝이다.


개인적으로 난 이번 사태를 호날두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그는 선수로서 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배려를 요청했다. 문제는 제대로 협의는 뒷전이고 자신들의 욕심과 입장만 내세운 구단, 주최사, 연맹의 욕심이 부른 참극이라 할 수 있겠다.

커플 이벤트, 결혼식 이벤트도 최소한의 협의가 이루어지고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하물며 세계적인 스타 플레이어들이 움직이는 이벤트라면 상호간의 합의만 필요하다고 해도 며칠은 걸렸어야 했다.

 

구단은 선수들에게 사전 이해와 양해, 컨디션 등을 조절했어야 하고 더 페스타는 철저한 준비와 예상되는 문제에 대해 대책 마련을 만들었어야 했다. 그리고 연맹은 앉아서 이득만 보려고 할 게 아니라 제대로 이벤트가 성사될 수 있게끔 협조를 했어야 했다.

서로에게 책임과 의무만 요구한 채, 그저 생길 이익만 계산했으니 이런 참사가 안 벌어질까?

왜 이번 사태가 호날두 개인의 인성 문제로만 비춰지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