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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교사들이 마루타인가, 갑질 공개에 들끓던 민원 뚝... 이렇게 갑자기?

 

 

지난 18일 서이초등학교에서 20대의 젊은 신임 여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후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교사들의 성토 현장이 됐었다. 한때 현직 정치인들 가족이 연루됐었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지만 그것은 초등자녀를 둔 한 어머니가 인터넷에 올라 온 정보들을 모아 올린 글로 밝혀지기도 했다.

어찌됐든 오늘 날의 이 비극적인 사태의 주요 원인은 바로 학부모들의 민원 때문이라고 결론이 난 셈이다.

대체 어느 정도이길래 어릴 적 꿈이던 교사가 됐음에도 그런 선택을 했을까.

 

일선 교사들은 학부모들의 갑질 사례가 정도를 넘어도 너무 넘었다고 하소연한다.

오죽하면 임용을 앞둔 한 예비 교사는 이번 사태를 기사로 보고 " 다른 일을 알아보려고 준비하고 있다. 교사가 꿈이긴 했지만 견딜 자신이 없다. "라고 밝혔다고 하니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인 듯 하다.

 

 

 

마루타이길 원하는걸까, 도 넘은 학부모들의 민원

 

일선 교사들이 말하는 학부모들의 민원은 사실상 요청, 요구라기 보다는 갑질에 가까웠다.

한 학교에서는 급식 반찬으로 탕수육이 나오면서 부먹 형태로 배식이 됐는데 이를 두고 학부모가 전화를 걸어 " 우리 아이는 찍먹을 좋아하는데 찍먹으로 바꿔줬으면 한다. "라고 하는가 하면 한 교사는 " 견학이나 야외학습을 가면 종종 아이들을 모습을 찍어 학급 메신저에 올리곤 했는데 학부형들께서 OO이는 7번이나 나왔는데 왜 우리 아이는 4번밖에 안 찍혔느냐라며 따지셔서 그 후로는 절대로 안 올린다. 작년 6월에 있었던 실화이다. "라고 올리기도 했다.

 

이 외에도 모닝콜을 부탁해 거절했더니 교육청에 민원을 넣은 사례, 남자친구와 여행간 사진을 SNS로 보고는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지적한 사례 등등 교사의 사생활 영역에까지 관여를 하는 학부모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 왜 우리 아이가 눈 감은 사진을 올렸냐 ", " 왜 우리 아이가 가운데 앉지 못했냐. ", " 우리 아이 표정이 왜 저러냐 " 같은 소소한 항의성 민원은 셀 수도 없을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마루타라는 단어는 안 좋은 의미로 많이 쓰였지만 최근에는 ' 장난이나 어떤 상황에 놓여진 당사자 '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런 맥락으로 본다면 교사와 학부형의 관계가 아닌 실질적인 '마루타'이길 원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물론 자녀를 학교에 보낸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의 일거수 일투족이 걱정되고 신경쓰이는 마음이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사의 연락처를 활용해 전화, 메시지, 개인 SNS 등을 마음대로 활용, 평가하라는 것은 아니다.

가정 내에서 가르쳐야 할 부분이 엄연히 있음에도 이를 모두 교사에게 전가시키는 행위는 갑질일 뿐이다. 아이라는 방패와 공무원이라는 신분적 약점을 이용한 갑질,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한 초등교사는 트위터에 " 친구네 학교는 매일 진상 민원이 들끓었었는데 지난 주 목요일쯤부터 해서 민원이 뚝 끊겼다. 하하. 이렇게 갑자기? 그러면 안된다는 거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아니면 진상인 줄 몰랐나? 사람들이 다들 손가락질하니 멈춘거야? "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 아이와 공무원이라는 신분적 약점을 이용해 이러지는 말아야 

 

일부에서는 유치원부터가 학부모들의 갑질 시작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학년이 거듭해나갈수록 그 정도가 점점 더 진화되고 과도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왜 학부모들은 이런 극성적인 민원, 갑질을 하는 것일까.

물론 그들에게도 나름 변명은 있을 것이다. 맞벌이를 해야 하는 대부분의 서민 가구에서 자녀를 오롯이 학교에 맡겨야 하는 고충을 말이다. 부모보다 교사와 더 오랜 시간 대화하고 함께 있는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변명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 핑계에 불과하리라고 생각한다.

경력단절, 맞벌이, 아이 출산 등의 문제와 이번 교권 추락 사태는 사실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이다. 회사를 다녀야 하니 교사에게 실질적으로 " 이렇게 해주세요. 저렇게 해주세요. "같은 요청을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를 받아들이는 교사들도 있겠지만 그것이 학부모의 정당한 요구, 권리는 아니라는 점은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학교는 학업을 배우기 위해 가는 곳이 아니다. 인간성, 사회성, 협동성 등 사회로 나와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살 수 있는 여러가지를 습득하는 공간이다. 부모 입장에서야 자신의 아이가 제일 소중하겠지만 교사 입장에서는 모두가 똑같이 소중한 아이들이고 제자들이다. 

 

이것에 대한 해결책은 사실 매우 간단하다. 극성 민원을 안하면 되는 것이다.

자녀의 눈 감은 사진이 없기 위해 교사들이 " 자. 모두 눈 크게 뜨세요. 감지말고. "라고 하며 일일히 사진을 찍어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급식 상태 점검해서 " OO이는 이런 거 못 먹으니 빼주세요. "할 수도 없는 일이다.친구를 괴롭혔다면 야단을 맞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수업을 방해했다면 지적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모두가 생활하는 공간에서 자신만을 위한 맞춤형 지도를 바란다면 돈 더 들여서 1대1 맞춤 교육을 해주는 학교로 보내면 되고 집에서 가르치면 된다.따지고 보면 교사들도 다 누군가의 소중한 자녀들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