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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일이?

10년 전 본인이 낸 사고로 죽은 남친, 이제와 결혼하면 쓰레기일까?

10년 전 교통사고를 내 남자친구가 하늘로 떠났다는 여성의 사연이 올라왔다.

 

 

 

 

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 저 때문에 죽은 남자친구 잊으면 쓰레기인가요? '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30대 여성이라고 밝힌 A의 사연은 이랬다. 10대때 만나 사귀기 시작해 5년정도 연애를 했다는 A는 여름 휴가차 남자친구와 차를 타고 가던 도중 교통사고를 냈다고 한다. 당시 무단횡단하던 어린아이를 피하려다 낸 사고였다.

운전자였던 A는 골절상과 뇌진탕 판정을, 남자친구는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운동을 하던 남자친구는 갑자기 찾아 온 장애를 견디기 힘들어했고 우울증에 걸려 고통받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A의 마음도 편치는 않았겠지만 남자친구 부모님의 마음은 무너졌을 것이다.

남자친구 부모님의 원망을 받아가며 꿋꿋히 살았다는 A는 그때부터 현재까지도 남자친구의 기일을 잊지 않고 챙겼다고 한다. 하지만 30대에 접어들면서 부모님이 서서히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고 결국 남자를 소개받아 결혼에 이르게 됐다.

고교 동창들을 만나 식사를 대접하고 청첩장을 돌리는 순간 동창 B가 한마디를 한다.

 

" OO이가 하늘에서 울겠네. "

 

동창 B는 죽은 남자친구와 친했던 사이였다고 한다. 순간 싸늘해진 분위기에 만남은 끝이났다고 한다.

황당했던 A는 이후 B에게 메시지를 보내 무슨 뜻이었냐고 물었고 이에 B는 " 말 그대로야. "라고 화답했다고 한다.

남자친구가 죽었는데 결혼한다는 게 조금 어이가 없었다는 B는 " 나 같으면 평생 묻고 산다. 쓰레기가 아닌 이상. "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A는 과연 쓰레기일까?

 

 

 

 

죽음에 결정적인 원인 제공은 맞지만 10년이면...

 

이 문제는 어느 측의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갈릴 것이다. 죽은 남자친구를 그리워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A는 쓰레기가 맞을 것이다. 물론 교통사고를 일부러 낸 것도 아니지만 반드시 당시 어린 아이의 무단횡단이 사고를 크게 일으킨 결정적 원인이라고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전운전을 했다면, 보다 주의를 기울였다면 사고는 났겠지만 피해가 크지 않았을 수도 있다. 골절과 뇌진탕, 하반신 마비가 올 정도의 사고였다면 사고 자체가 매우 컸을테니 말이다.

사지멀쩡히 운동선수를 꿈꿨던 청년은 하반신 마비를 얻었고 끝내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한 사람의, 그리고 한 집안을 무너뜨린 결과나 마찬가지이다. 이것만 보면 사실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남친 가족의 원망, 기일까지 모두 챙기며 살았지만 이제 결혼을 해야 한다는 여성 A

 

 

 

 

반면 A의 입장에서 보면 할 도리는 최대한 다 했다고 볼 수도 있다.

본의 아니게 사고를 냈지만 어쨋든 운전 당사자로서 남자친구 가족의 원망을 다 받았고 견뎌냈다. 말이 좋아 원망이지, 아마 많은 욕설과 폭언이 동반됐었을 것이다.

그리고 기일도 꼬박 꼬박 챙겼다고 했다. 하루빨리 사고의 상처와 기억을 잊고 새롭게 출발하고 싶었을 것이고 주위의 시선이 견디기 힘들어 나쁜 생각도 했을 것이다.

평생 남자친구에게 미안해하고 속죄하며 홀로 살기엔 시대상이 너무 변했다.

 

 

 

 

결혼은 하는 게 맞겠지만 축하와 축복을 받는 것까지 기대하진 말아야 할지도

 

 

 

청첩장 대신 심경을 전하는 자리로 대신했다면, 본인은 남자친구를 떠나 보낼 준비가 됐을지 몰라도 친구들은 또 다를 수도

 

내가 만약 A였다면 나는 조용히 혼례를 치뤘을 것 같다. 만약 결혼식을 성대하게 해야 하고 지인들을 초대해야 한다면 친구들에게 청첩장 대신 심경을 전하는 자리로 대신했을 것 같다.

결혼식을 하니 모두가 축복해줘야 한다는 건 개인의 생각일 뿐이다. 더군다나 A는 어찌됐든 한 남자의 인생을 좋지 않은 방향으로 결정짓게 만든 책임이 있다. 

 

10년간 남자친구를 그리워했고 비난을 감수했으니 이제 떠나보내야겠다는 건 개인의 생각이라는 뜻이다.

고교 동창생들 중에는 아직도 A를 원망하거나 죽은 친구를 그리워 하는 친구들이 남아있을 것이다. 다만 A의 입장을 생각해 그 동안 말을 못했던 것일 뿐. 가뜩이나 힘들고 또 친구의 부모님에게 그토록 원망까지 받는데 거기에 차마 자신들도 한다미씩 거들수는 없기에 말이다.

 

죽은 남자친구를 잊고 싶은 건 아니지만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평생을 홀로 지내며 그리워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친구들에게는 " OO이를 잊으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평생 혼자 산다고 해서 돌아오는 것도, 그것이 속죄를 하는 길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혼해서도 종종 그를 찾아가 미안함을 전할 것이다. " 라며 솔직한 심경을 전했더라면 아마 축하한다는 말까진 아니더라도 쓰레기라는 말은 듣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자신은 떠날 준비가 됐을지 몰라도 다른 친구들은 아닐 수도 있지 않은가. 그 점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어쩌면 그래서 그 친구가 그런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