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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의 삶

#. 거지같은 입사 1주차

새로운 회사에 입사한 지 일주일이 됐다.

 

 

 

 

지금까지 회사생활 중 가장 집과 가까운 위치의 회사에 입사를 했다.

ESG 분야의 회사로 사실 채용공고만 있을 뿐, 딱히 업무 내용이 없던터라 홈페이지, 지리적 위치만 보고 지원했었다.

지금까지 IT 분야에서 일해왔기 때문에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가 필요했고 현장기술을 배우려고도 했지만 내 이력서를 보고 연락주는 공장, 시공사는 없었다. 분명 초보도 뽑는다고 했는데...

결국 PC를 이용한 업무를 또 찾을 수 밖에는 없었고 그러다 찾은 회사가 이 곳이었다.

 

사실 개발사에 입사하려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력서를 제출하면 3곳 중 1곳은 반드시 연락이 오는데다 굳이 지원하지 않아도 이력서를 보고 연락을 해오는 업체도 많다.

하지만 이제 나이도 나이인지라 체력적으로 밤샘이 어렵고 무엇보다 IT 분야에서 지금도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하는데 언제까지 회사생활이 가능하다는 보장도 없기에 개발사는 아예 배제했다.

지난 10개월간 창업을 위한 투자활동을 한 이유도 그러했고.

 

 

 

 

업무 파악도 못했는데 벌써 일을 맡겨? 하필 몸살이 걸렸는데....

 

입사 4일만에 일이 맡겨졌다. 아무리 내가 회사경력이 높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완수했었다고는 하지만 그건 지금보다 더 어렸던 시절의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미 수요일부터 몸살에 걸려 고열에 시달렸다는 점이다.

초기에 감기약, 몸살약을 사다 먹었지만 밤에 몇 번이고 깨다보니 굉장히 컨디션이 좋지 않다.

특히 금요일에는 문서 검토조차 힘들정도로 열이 올라 결국 인근 병원을 찾았다. 주사를 맞고 약을 타왔지만 글쎄다.

다른 날에 비해 덜 깨긴 했지만 지금도 으슬으슬하다. 보일러 온도도 높였고 옷도 여러 벌 껴입었음에도.

 

 

 

 

주중에 몸살에 걸려 정말 힘들고 괴로운 한 주였다. 다음 주에는 좀 괜찮아질까.

 

 

 

 

사실 나는 그 동안 팀을 운용할 때 직원들이 아플 경우 바로 집으로 귀가를 시켰다.

물론 일도 중요하고 일정도 중요하지만 직원이 건강해야 일도 할 수 있기 때문에 " 그냥 오늘은 가서 쉬어. 내일도 정 출근이 어려우면 문자하고. "라고 했다.

그런데 여긴 그런게 없었다. 윗선들이 나이가 아무래도 많다 보니 좀 꼰대스러운 면이 없진 않던데....

마음같아선 그냥 관둘까도 했었지만 그래도 최소한 1개월, 못해도 3개월은 다녀봐야 판단을 정확히 내릴 수 있어서 참긴 했다. 젊을 때는 좀 아파도 견딜 수 있었지만 확실히 나이가 드니 무엇보다 내 몸이 가장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다.

 

나중에 입지를 좀 다지면 싹 바꿔버려야겠다.

나는 부서의 리더면 대표와 딜을 잘해야 한다는 주의이다. 그래야 직원도, 대표도 서로 불만이 없다.

" 급여를 주니까 "라는 변명은 사실 핑계이다. 희망연봉만큼 못 주면서 무슨 제 역할을 다했다는 것인가.

무언가를 못해줄 때는 그것을 상쇄할만한 당근이 필요하다. 그래야 직원들이 버티는 것이다.

여전히 자신들의 20,30대를 생각하며 " 그 정도 열정도 없으면서... "라는 마인드는 좋지 않다. 워낙 가진 능력이 없었던 시대에서는 열정과 성실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겠지만 요즘 시대에는 다름을 알아야 한다.

 

어린 직원에게 존대를 한다고 깨어있고 꼰대가 아닌게 아니다.

꼰대는 업무 스타일에서 나오는 것이다. 편의를 봐줄 때와 아닐 때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한국 회사 스타일 중 하나가 아프다고 전화했는데 " 일단 나와서 보고하고 가 "이다.

아픈사람을 회사까지 나와 이야기하고 들어가라는 게 제 정신인가.

병원에서 소견서받아서 첨부해도 충분한데? 물론 악용하는 직원들도 있지만 결국 그런 행동은 나중에 걸리게 되어있다.

여전히 마인드가 구시대적인데 무슨 선진국이라고 ㅋㅋㅋㅋ